[기자수첩] 인터넷전문은행 '건보료 연납 소득인정'...쉬쉬할 문제인가

신수정 기자 2023-09-27 17:10:47

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대출심사 과정에서 수개월치 건강보험료를 한번에 납부(이하 '건보료 연납')하는 것을 소득증빙으로 허용하는지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 2~10월 10개월간 케이뱅크에서 11억원대 대출사기가 발생하면서다. 대출사기 일당은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해 대출이 어려운 청년‧고령층 차주를 서류상 직원으로 두고, 케이뱅크 대출심사에서 건보료 연납이 소득으로 인정되는 점을 악용해 재직기간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10차례에 걸쳐 대출을 일으켰다. 이는 인터넷은행에서 발생한 최초의 10억원 이상 금융사고로 기록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건보료 연납을 허용하는 케이뱅크 신용평가모형(CSS)이 대출사기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케이뱅크는 건보료 연납과 관련한 개선의지는 물론, 문제의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호성 케이뱅크 대표는 지난 20일 인터넷은행업권 관계자들이 모인 국회 토론회 자리에서 "(지난해 케이뱅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와 CSS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CSS에 대한 보완점 및 방향성이 있는지 묻는 본보 질문에 대해선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케이뱅크 측은 건강보험공단에 책임을 떠넘겼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건보료 연납이 문제라면, 근본적으로 이를 소득으로 인정하는 건강보험공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해당 금융사고를 홈페이지에 공시한 것은 지난 5월 19일이다. 은행법에 따라 금융사고 금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 금융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공시해야 한다. 케이뱅크가 해당 금융사고를 인지한 것은 사고가 발생한 지 약 5개월이 지난 시점임을 유추할 수 있다. 발 빠른 도둑이라면 멀리 도망가고도 남을 시간이다.

케이뱅크는 자체 조사로 사건을 발견해 피해를 줄였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고의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사고를 인지한 지 4개월여 훌쩍 지났지만 건보료 연납과 관련해선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이 비단 케이뱅크만의 문제일까. 카카오뱅크는 건보료 연납을 소득으로 인정하는지 여부를 묻는 본보 질문에 "CSS의 건보료 적용 기준은 외부 공개가 어렵다"며 함구했다. 토스뱅크 역시 당초 "비공개"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건보료가 연납된 경우, 6개월 또는 1년간의 건보료를 다시 들여다보는 방식의 추가 소득 심사를 거친다"는 입장을 뒤늦게 밝혀왔다. 

건보료 연납의 소득증빙 허용 여부를 비공개로 부쳐야 할까? 이는 개별 은행이 영업비밀이거나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은행이 대출을 이용하려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마땅히 제공해야 할 기본 정보다. 이 같은 기본 정보는 알아야 잘 준비해서 불이익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청년·고령층 등 신파일러 차주들이 대출사기에 이용당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인터넷은행이 돌아봐야 할 점이다.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따라 중·저신용자 포용금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중·저신용자 사기피해자를 양산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중·저신용자에게 안심과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도, 은행은 건보료 연납 소득증빙 허용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최근 인터넷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법 제정 5주년을 기념하며 그간 이룬 성과를 자축했다. 이 자리에서 '인터넷은행이 나아갈 길'을 모색했지만, 주로 인터넷은행의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진정한 금융혁신은 금융소비자를 외부 위험요인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에서부터 탄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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