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책임지고 물러나겠습니다."

신수정 기자 2023-10-06 19:15:11
DGB금융그룹이 김태오 회장 3연임과 둘러싼 풍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이사회에서 나이 제한 정관 변경을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 일각에서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하기 위해 ‘회장은 만 67세가 초과하면 선임 또는 재선임 될 수 없다’는 지배구조 내부 규정을 손볼 것이란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만 68세다.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는 풍문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앞서 일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결정을 앞두고 제동을 걸었던 이 원장은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서도 “김 회장 연임이 가능하도록 (연령 제한을) 변경한다는 것은 축구를 시작했는데 중간에 규칙을 바꾸는 것”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금융업권에서도 “앞으로도 김 회장의 3연임을 위한 내부 규정 손질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DGB대구은행의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김 회장의 책임론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DGB대구은행의 여러 영업점 임직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고객 명의의 증권 계좌를 무단으로 불법 개설한 사실이 올 8월 뒤늦게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DGB대구은행의 자체적인 검사 및 보고가 아닌 외부 제보로 금융당국이 문제를 인지하면서 DGB대구은행의 내부통제가 소홀했던 게 아니냔 지적이 거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9일부터 DGB대구은행에 대한 긴급검사에 착수해 사안을 면밀히 조사중이다. 잠정 종료 일자가 연장됨에 따라 금감원 긴급검사는 이달 1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설상가상, 김 회장의 비위 행위 혐의로 인한 사법 리스크도 있다. 현재 김 회장은 국제상거래상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진행 중이다. 2020년 대구은행장 겸직 당시 김 회장은 캄보디아 현지법인에 상업은행 인가를 위해 현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회장이 캄보디아 금융당국에 전달할 로비 자금 350만 달러를 현지 브로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2021년 그를 기소했다. 

김 회장은 내부규정 제한, 내부통제 부실, 사법 리스크 등 3가지 걸림돌에 이은 당국의 압박에도 “3연임을 도전하지 않고 용퇴하겠다”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직접 용퇴 의사를 밝혔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현 KB금융그룹 회장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김 회장과 DGB금융그룹을 둘러싼 세간의 풍문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결국 그룹의 해명이 아닌, 김 회장 본인의 목소리일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 시즌인 10월, 김 회장은 해외출장 없이 국내에 머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감대에서 “책임지고 물러나겠습니다”라는 그의 발언을 들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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