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침체에 국내 배터리 업계 '한숨' 커진다...반등기회 잡을까

글로벌 브랜드 판매량 조정하는 가운데...현대차·기아 기회
수익-투자 패턴에 여유생긴 배터리업계 내실 다지는 모멘텀
박재훈 기자 2023-11-13 10:21:29
글로벌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면서 배터리산업도 이에 따른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당장 사업을 위한 투자를 확장하기보다 전략 로드맵을 수정하면서 공장 기공시기와 가동률을 조정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정은 지속될 전망이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등은 정세를 주시하면서 기존 시설 운영에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튀르키예 기업 코치와의 협력으로 설립 예정이었던 배터리 합작법인의 계획을 철회했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면서 자금을 투자해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는 대신 기존 생산시설의 효율성을 증가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LG엔솔과 포드, 코치는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약 2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향후 45GWh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를 비롯해 고금리에 따른 수비 위축 지속 등의 이유로 합작법인을 고수하는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올해 코엑스에서 열린 2023인터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의 부스에 포드의 머스탱 마하-E가 전시돼 있다. / 사진=박재훈 기자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의 기존 상용 전기차 관련 계획은 그대로 진행된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생산시설에서 동일한 상용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배터리셀을 공급할 예정이며 양사는 앞으로도 오랜 사업 관계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은 글로벌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고 하이브리드 모델등이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단지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완성차 브랜드들도 전략 수정에 들어가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시기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판매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배터리, 전기차 공장을 준공하는 시기를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에 GM로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폭스바겐그룹의 배터리 공장 '파워코'도 유럽 시장내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자 동유럽지역에 설립할 예정이었던 계획을 연기하는 것으로 수정했으며, 미국 제너럴모터스(GM)또한 내년 중반까지 2년간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수정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글로벌 브랜드들의 전략 수정은 다시 내연기관으로 회귀가 아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배터리업계에서는 기존 시설로 운영을 이어가면서 기술개발과 제품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모멘텀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반응이다.

수익을 내면 바로 투자와 증설을 이어가던 기조에 잠시나마 숨통이 트인 것이다. 전기차 판매기조는 다시 회복될 것이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지금같은 시기에 있어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할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일종의 숨고르기 현상으로 보이는 현재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판매량이 상승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가 이번 상황을 기회로 삼아서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업계에 여유가 생긴 지금 SK온도 4분기에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컨퍼런스 콜에서 SK온은 올해 3분기에 역대 최소 규모의 영업손실 8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 2분기와 비교해 적자 폭이 각각 2554억원과 454억원씩 축소된 것이다.

SK온·포드 합작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사진=SK온


SK온은 4분기에는 해외 신규 공장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등의 수혜를 얻어 수익성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온의 배터리 투자 계획에서 포드와의 합작법인(JV)인 켄터키 2공장이 2026년으로 연기됐지만 그 외 브랜드와의 합작법인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SK온의 흑자전환 가능성에 대해 김필수 교수는 "합작형태로 공장을 계속해서 기공하는 과정도 3~4조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번 업계의 숨고르기에 맞춰 4분기에는 회수하는 측면이 있어 흑자전환을 기대할수 있다"면서 "공장 준공 계획같은 경우는 조정해가도 전기차 판매는 장기적으로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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