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해상, 발달지연아동 치료사 자격증 정보 요구 논란

현대해상 발달지연아동 실손보험금 지급 거절 사태, 여전한 상황
금감원 지난 7월 "현대해상, 치료사 면허증 요구 않겠다고 알려와"
반면, 현대해상 치료사 자격증 정보 요구 지속…금감원 답변 무색
강훈식 의원실 "치료사 자격번호 요구 관련 협의는 없었다" 뒷짐
신수정 기자 2023-11-16 07:00:03
서울 광화문 소재의 현대해상 사옥. 사진=신수정 기자

현대해상이 발달지연아동 치료비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에서 계약자에게 민간치료사의 자격증 정보(이름‧종목‧자격번호)를 요구해 논란이다.

이성재 현대해상 대표는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 출석을 앞두고,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좌담회를 통해 국가자격화 제도개선 시까지 민간치료사가 제공하는 발달지연아동 치료비에 대한 실손보험금을 우선 지급하기로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민간치료사의 자격증 정보를 요구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올해 중순 "계약자에게 치료사 자격증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현대해상은 금감원 측에 "치료사의 면허증(자격증 정보)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나, 실제로는 이를 바로잡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최근 발달지연아동 치료비 실손보험금을 청구한 보험계약자 중 일부에게 보험금 지급 거절 의사를 알리며, 문자‧전화로 무자격 의료행위 심사와 관련한 서류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해상이 이들 계약자에게 제출을 요구한 서류는 치료사의 이름, 자격증명, 자격번호(면허번호), 치료일자 등이 기재된 치료일지(회기기록지)다. 통상 의사와 달리 치료사는 치료일지, 진단서 등에 자격번호를 기재하지 않고 있다. 의료법상 의무사항이 아닐뿐더러 치료사의 이름‧자격번호는 도용 등 개인정보 악용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으로부터 보험금 지급을 거절받은 보험 계약자들이 모인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관계자는 “의료자문 실사가 아닌 단순 보험금 청구에 대한 보상과정인데 현대해상은 치료내용이 아닌 자격번호 확인에 치중하고 있다”며 “치료가 지속돼야 할 아이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치료사들이 개별적으로 수기 입력해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자격번호는 치료사의 개인정보이므로, 이를 확보하려면 보호자(계약자)에게 이를 받아오라고 떠넘길 게 아니라 현대해상이 치료사에 직접 개인정보제공 동의서와 함께 요청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금감원 “치료사 자격증 정보요구 부당…현대해상, 향후 요구 않겠다고 알려와”
금감원에서도 보험회사가 계약자에게 치료사 자격증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해상의 민간치료사 자격증 정보 요구와 관련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의 민원에 대해 금감원 보험감독국은 지난 7월 "계약자에게 치료사의 자격증 정보 등 입증토록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자는 필요한 경우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에서 조사요청에 동의 및 협조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금감원은 해당 내용이 담긴 민원 답변서에서 “피신청인(현대해상)은 향후 발달지연 관련 실손보험금 청구시 치료행위자 면허증의 제출을 계약자 측에 요구하지 않겠다고 알려왔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대해상은 금감원에 공식 답변한 것과 달리 치료사 자격증 정보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최근까지 지속했다.  

현대해상의 민간자격 발달지연아동 치료행위에 대한 보험금 지급 거절 사태와 관련해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발송한 답변서 일부. 제공=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 강훈식 의원실 "치료사 자격번호 요구 관련 협의는 안했다" 뒷짐   
지난달 현대해상으로부터 민간치료사가 제공하는 발달지연아동 치료비에 대한 실손보험금을 우선 지급한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던 강훈식 의원실은 현대해상의 치료사 자격증 정보 요구와 관련해선 소극적 자세를 취했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제도개선 전까지 민간자격 구분 없이 보험금 지급을 약속한 것이지, 치료사의 자격번호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대해선 협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강 의원실은 현대해상과 협의 당시 세부적인 상세방안 마련을 지켜보겠다며 후속 조치까지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현대해상이 치료사 자격증 정보를 요구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중재할 책임이 강 의원실에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강 의원실은 “국회의 사기업 개입이 아닌, 제도개선 보완 쪽으로 초점을 두고 계속 신경쓰겠다는 의미였다”고 변명했다.  

◆현대해상 “우선지급, 무조건적 지급 아니다”
현대해상은 ‘민간치료사에 의한 발달지연아동 실손보험금’에 대한 제도가 개선될 때까지 우선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전문자격 상관없이 보험금을 지급하고 최초 청구뿐만 아니라 추가 청구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해상은 지난 10월26일 강 의원과 좌담회를 통해 발달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료사에 대한 국가자격화 제도개선 시까지 관련 보험금 청구 건에 대해 우선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이 같은 현대해상의 보험금 지급 결정에 따라 정무위 종합감사 출석 예정이었던 이성재 현대해상 대표의 증인 채택도 철회됐다.

일부 계약자에게만 치료기관 이전 조건을 붙여 1회분 치료비를 지급한 게 전부라는 것이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측이 파악한 바다. 이외 추가 청구한 복수의 계약자들에겐 치료사의 자격증 정보를 요구하며 보험금 지급 거절 의사를 일괄 통보했다. 또 다른 일부 계약자는 치료사 자격번호를 제출했어도 최초 청구가 아니며 민간자격에 해당하는 치료행위란 이유로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현대해상 측은 이와 관련 “우선지급의 의미는 발달지연 치료와 관련해 무조건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겠단 의미가 아니다”라며 “치료기관이 현행법상 문제없는 의료환경인지, 발달지연 아동이 꾸준한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는 곳인지 등 보험사가 해야할 최소한의 보험금 심사과정을 위해 진료기록지를 요청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소한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최초 청구 고객에게 보험금을 우선지급하며, 정상의료기관과 전문치료사가 있는 병원으로 전원 안내드린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현재 보험금 우선지급은 실손가입고객, 의료현장, 발달장애아동 위한 사설센터 등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돼야 할 문제며, 이를 위한 세부방안은 아직 검토 중에 있음을 안내드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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