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해상’ 이름 무색…4대 손보사, 인(人)보험 비중 90% 훌쩍

올해 3분기 누적 물(物) 보험 비중 6.93% 그쳐
"손보 간판 교체해야"..."손보·생보 경계 모호"
신수정 기자 2023-12-13 19:18:56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CI. 사진=각 사 

삼성화재‧현대해상‧메리츠화재‧DB손해보험 등 4대 손해보험사의 올해 1~3분기 장기보험 신계약 중에서 인(人)보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해상’ 등 각사의 주력 사업을 내세운 사명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13일 삼성‧현대‧메리츠‧DB 등 주요 손해보험사 4곳의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3분기 누적 장기보험 신계약 중 인보험 비중은 4사 평균 92.3%에 달했다. 회사별 인보험 비중은 ▲메리츠화재 96.6% ▲DB손해보험 93.6% ▲현대해상 91.4% ▲삼성화재 87.7% 순이었다.  

메리츠화재는 1~3분기 누적 장기보험 신계약 보험료 수입 841억원 중 인보험 보험료만 812억원을 차지했다. DB손해보험은 같은 기간 누적 장기보험 신계약 보험료 수입 1228억원 중 인보험이 1150억원을, 현대해상은 1166억원 중 인보험이 1066억원을, 삼성화재는 472억원의 보험료 수입 중 인보험이 414억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물보험 비중은 평균 6.93%에 그쳤다. 회사별로는 ▲삼성화재 11.4% ▲현대해상 7.6% ▲DB손해보험 6.1% ▲메리츠화재 2.5% 순이었다. 

장기보험은 이들 손해보험사들의 주수입원이다. 각사의 올해 1~3분기 누적 보험손익 대비 장기보험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화재는 15조2179억원 중 9조1359억원(60.0%)을, 메리츠화재는 2조5416억원 중 2조3763억원(93.5%)을, DB손해보험은 1조2897억원 중 1조525억원(81.6%)을, 현대해상은 7540억원 중 4760억원(63.1%)을 기록했다. 

장기보험은 장기보장성보험과 장기저축성보험으로 나뉜다. 또, 장기보장성보험은 상해‧운전자‧어린이‧질병(암) 등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영역인 ‘인보험’과 재산‧재물‧배상책임 등 사물에 대해 보장하는 영역인 ‘물보험’으로 나뉜다.

여기서 인보험은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가 모두 취급할 수 있는 '제3보험'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의 주된 사업 영역은 물보험이란 시각에서 "손해보험사가 사명에 걸맞지 않게 인보험에 치중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이 이름부터 화재·해상보험을 강조하고 있는데, 실상 물보험은 취급 규모가 적다”며 “간판(사명)교체가 필요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현대해상화재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등 사명에 ‘화재’와 ‘해상’을 포함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의 경우 동부화재해상보험에서 종합손해보험사로 전환하면서 사명을 변경했다. 

일각에선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이란 시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 시작 단계에서 손보‧생보의 구분이 있을 때 회사 이름이 지어졌던 것일 뿐”이라며 “손보사들이 장기보험 판매를 시작한 것은 훨씬 이후의 일이고, 그 사이 보험 트렌드의 변화도 컸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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