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 스토리] 현대차그룹 미래모빌리티 주역으로 부상한 송창현 AVP 본부장

네이버CTO 출신 인물로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방향에 영향력 커지는 SW전문가
신설된 현대차그룹의 AVP본부장 맡게 돼…HW 이해도에 대한 약점 해결 과제
박재훈 기자 2024-01-29 09:05:44
기업은 이익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경쟁에서 승리하고 지속성장을 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결정권자인 C레벨(CEO, CFO, COO, CIO 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에프엔에서는 주요 기업 C레벨의 행보를 분석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경쟁력과 미래 가치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송창현 현대자동차 첨단차플랫폼(AVP, Advanced Vehicle Platform) 본부장은 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인 SDV(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앞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소프트웨어(SW)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송 본부장을 영입했다. 현대차는 연구개발 조직을 개편하고 그 자리에 송 본부장을 앉히는 등 미래 모빌리티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인물로 낙점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송창현 현대차 AVP 본부장. /사진=포티투닷

네이버 CTO 출신의 AI정통 엔지니어

송창현 본부장이 언론에 이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네이버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여러 글로벌 IT기업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송 본부장은 2008년 NHN에 영입되면서 ▲성능고도화랩장 ▲기술혁신센터장 ▲리서치연구센터장 ▲네이버랩스연구센터장 등을 거친 후 네이버 CTO 및 네이버랩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1968년생이자 대구출신인 송 본부장은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전산학 학사를 마치고 퍼듀대학원에서 전산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CTC, HP(휴랫 패커드), MS(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네이버에서 주요 업무로 송 본부장이 진두지휘했던 사업 분야는 인공지능(AI) 위주의 기술들이었다. 그 중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의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는 이후 포티투닷 설립에 대한 밑거름이 됐다.

또한 현대차그룹의 SW를 이끌어 갈 중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도 네이버와 포티투닷에서 모빌리티 관련 업적을 쌓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많은 브랜드들이 전동화와 더불어 집중하고 있는 SW는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송 본부장은 2017년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랩스 설립을 이끌면서 AI와 로보틱스관련 사업인 '프로젝트 블루'를 맡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또한 같은 기간 음성인식 비서시스템 개발과 현재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네이버의 번역서비스 '파파고'를 개발하기도 했다. 네이버랩스의 대표를 맡으면서는 국내외 유수의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감행했고, 제록스리서티센터유럽의 인수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현대차와 접점 시작된 포티투닷(42dot)설립

이런 성공 행보를 뒤로 하고 송 본부장은 2019년 네이버에서 나와 판교에서 'CODE42'라는 스타트업 회사를 설립했다. CODE42는 현재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포티투닷(42dot)의 전신으로 송 사장이 정의선 회장과의 접점이 생기게 된 회사다. 네이버랩스 재직시절부터 쌓아왔던 자율주행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동성과 관련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의미로 CODE42를 설립한 것이다.

이후 2020년 8월 포티투닷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자율주행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당시부터 포티투닷의 사업 포커스는 유모스(UMOS, 도심 모빌리티 오퍼레이팅 시스템)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유모스는 이동수단인 차량의 호출과 공유, 물류, 배달, 쇼핑등의 서비스를 포함해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청계천에서 운행하는 포티투닷 자율주행 버스. /사진=포티투닷


포티투닷은 2021년 10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면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당시 포티투닷의 투자에는 ▲신한금융그룹 ▲롯데렌탈·롯데벤처스 ▲스틱벤처스 ▲위벤처스·DA밸류인베스트먼트 ▲윈베스트벤처투자 등 굵직한 투자사들이 줄을 이어 참여하기 시작했다. 앞서 2019년 현대차와 기아에서 투자를 유치하기도 하면서 프리 A라운드 단계에서부터 현대차와의 접점이 생기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에 이어 지속된 관심은 이례적으로 스타트업회사가 현대차그룹의 광고회사 이노션과 MOU(업무협약)을 맺는 등의 행보로도 이어졌다.

이후 송 본부장은 SDV사업을 이끌 인물을 물색하고 있던 주목하고 있던 정의선 회장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정의선 회장은 향후 현대차의 SW 역량 강화를 위한 인물로 낙점하고 포티투닷의 인수를 택했다.

현대차 영입과 동시에 모빌리티 SW의 고도화 방향성 제시

2021년 포티투닷의 인수와 함께 현대차로 영입된 송 본부장은 현대차의 TaaS(Transportation-as-a-Service) 본부장/사장을 맡게 됐다. 또한 송 본부장은 이례적으로 현대차에 속하면서 포티투닷의 사장도 겸직을 허용 받아 정의선 회장이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지를 알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였다. 같은 기간 송 본부장은 현대차와 기아의 공통 조직인 TaaS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장도 함께 맡았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송창현 본부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전통적 자동차산업의 틀에서 벗어나 혁신적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나가겠다”고 송 본부장의 영입 배경을 밝혔었다.

영입된 해 11월, 송 본부장은 현대차의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자동차라는 이동수단을 활용하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이동 자체가 서비스로 인식되는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이동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보이지 않도록 해 물 흐르듯 쓸 수 있는 ‘클라우드 트랜스포테이션’을 세상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업 방향성에 대해 강조했다.

모빌리티 SW 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시작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말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22년 2월 현대차그룹은 송 본부장이 연구개발본부 하에 새로 설립된 '차량SW 담당'조직의 수장을 겸직하게 됐다고 밝혔다. 송 본부장이 맡고 있던 TaaS본부와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SDV본부장에 올라 현대차의 굵직한 발표에서 얼굴을 지속적으로 내비췄던 송 본부장은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갔다. 2023년에 들어서면서 현대차그룹의 SW 고도화 계획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정의선 회장이 직접 자율주행에 대한 비전을 밝히는 등 송 본부장의 영입 배경과 사업의 합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신년사를 통해 밝혔던 자율주행과 목적기반차량(PBV)등 의 사업비전에서 송 사장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기정사실화될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었다.

SW역량 집중 계획 밝힌 현대차그룹의 AVP부서 신설…송창현 사장의 HW 이해도 논란 해결될까?

지난해 12월28일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R&D)역량 결집을 위해 조직 개편 추진을 밝혔다. 당시 업계에서는 연구개발 수장을 맡았던 김용화 CTO가 6개월만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는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본격적인 SDV전환에 속도를 내고 자동차 개발 환경 급변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겠다는 취지가 엿보였다. 이 당시 여러 언론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대대적인 개편에 있어 포티투닷의 영입과 관련해 이어져왔던 행보를 재각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연구개발 조직이 분산돼있던 탓에 혁신 전략의 일관성이 부족했다 판단했고, 협업체계의 복잡함이 연구개발을 늦췄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직 개편에 앞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기술 간 시너지 통해 SDV를 포함한 미래차 경쟁력을 조기 확보하고자 연구개발 조직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현대차그룹은 조직 전면 개편에 대한 완성본을 공개했다. 기존의 흩어져있던 SW 개발 조직을 통합해 역량을 집중할 부서인 '미래차 플랫폼(AVP, 진보된 차량 플랫폼)'본부 신설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SDV본부가 페지됐다.

현대차그룹은 AVP부서 신설과 함께 기존 CTO 조직에서 수행해왔던 R&D본부 등으로 미래 기술력 개발을 크게 두 축으로 구분지었다. 당연하게도 현대차그룹의 SDV 일선에 있던 송 본부장이 AVP본부를 이끌 인물로 선임됐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현대차와 기아의 SW 경쟁력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가 이어졌다.

현대차 송창현 AVP본부장(사진 오른쪽)이 CES2024에서 SDx의 구현 목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글로벌 유튜브


이로써 송 본부장은 R&D본부장을 맡게된 양희원 사장과 함께 투톱체제로 현대차그룹의 핵심인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약점이라고 평가되던 부분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지금까지 SW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됐지만 자동차업계의 특성상 HW(하드웨어) 분야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기존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고 포티투닷의 사장을 겸임하면서 경험치를 쌓았다고는 하나, 현대차그룹이라는 거대한 공룡기업에서는 더욱 높은 HW이해도를 필요로 한다. 글로벌 완성차업계들이 모두 SW에 집중하면서 핵심인력을 양성하고 있는데 HW에 대한 이해도 문제는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오히려 송 본부장은 이러한 약점에 대해서 일갈의 성격을 띈 언급을 했다. "지금까지 HW중심으로 모빌리티 시장이 개발돼왔기 떄문에 SW개발 환경이 유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SDV라는 사업 비전을 향해 공통적으로 달려가고 있는 완성차업체들이 주와 객을 바꿔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비춘것이다.

현재 내부적으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송창현 본부장이 이해도에 대한 논란을 꺼트리고 현대차그룹의 SW약진을 이끌지 주목된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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