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지난해 울적한 성적표…올해 정제마진 상승 '느낌 좋다'

정유업계, 지난해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악화에 실적 반토막
수익지표인 싱가포르 정제마진 연초부터 평년 대비 높은 수준…실적 개선 여지 충분
박재훈 기자 2024-02-19 10:10:29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실적에서 복합 정제마진이 약세와 더불어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각 정유사들은 OPEC(석유수출국기구)가입 국가들과 비(非)OPEC 주요 산규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원유 추가 감산에 합의한 것에 따라 올해는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에 따라 올해는 지난해 실적에 대비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정제마진도 중국의 경기부양책 영향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콤플렉스 전경 /사진=SK에너지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4사들이 연결기준 지난해 실적에서 전년 대비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실적으로 매출 77조2885억원, 영업이익 1조90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0.98%, 51.4%씩 감소한 수치다.

특히 석유사업은 지난해 매출액 47조5506억원, 영업이익 8109억원을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매출액은 9.57%, 영업이익은 76.08%씩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실적에 대해 "정제마진의 약세,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관련 손실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실적으로 매출액 48조6075억원, 영업이익 1조68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0%, 58.0%씩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과 마찬가지로 유가 하락에 대한 영향이 컸다. 이외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제품 스프레드가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크게 감소했다.

에쓰오일 본사 사옥 전경.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도 전년 대비 감소한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매출액 35조727억원, 영업이익 1조4186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로 매출액은 15.8%, 영업이익은 58.3% 감소한 수치다. HD현대오일뱅크는 매출 28조1078억원, 영업이익 6167억원을 기록했고 전년 대비 각각 19.6%, 77.9% 씩 감소했다.

정유 4사 공통으로 실적이 약세를 보인 것은 정제마진의 영향이 크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에서 가격에서 원재료와 그외 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통상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1분기 7.7달러(배럴당) ▲2분기 0.9달러 ▲3분기 7.5달러 ▲4분기 4.1달러 수준으로 등락을 오고갔다.

2022년 실적은 호실적으로 정치권의 횡재세 저격까지 받았던 정유4사였지만, 지난해 실적은 암울한 지표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올해 초부터 강세를 상승곡선을 그리는 정제마진과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추가 감산 합의에 따라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5.3달러를 기록 중이다. 평년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실적의 첫 단추를 안정적으로 끼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오르고 있는 이유다. 올해 정제마진은 배럴당 11.9 달러로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7.7달러를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 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정제마진의 상승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경으로는 중국이 수출쿼터를 확대하지 않은 점이 꼽힌다. 올해 중국은 첫 수출 쿼터를 1900만t으로 발표하면서 지난해 1차 쿼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은 최근 경기 부양책으로 내수 경기 부양에 집중하고 있어 수출 쿼터를 확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OPEC 가입 국가들과 OPEC플러스 가입 국가들이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제마진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변수로 작용될 부분은 중동지역의 정황이다. 교역 항로의 중요 지역인 홍해와 호르무즈해협에서 군사작전이 펼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해당 지역은 예멘 후티 반군이 민간 선박을 공격하면서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만일 이와 같은 상황이 올해도 전개된다면 국내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들은 대부분 우회해서 들여오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에 운송비와 관련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각 정유사들은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신규 설비 증설이 제한적인 가운데, 제품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윤활유 사업이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라며 "정제마진도 올해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어 지난해 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