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설 연휴 기간 엿새 동안 전국 곳곳에서 각종 사건·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먼저 이륙을 준비하던 여객기에서 불이 나 176명이 비상 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폭설로 인한 귀성·귀경길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또 다세대주택 등에서 불이 나 가족들이 모인 주택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주민 대피 소동도 벌어졌다. 더불어 이웃·가족 간의 강력 사건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상자도 나왔다.
우선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승객 170명(탑승정비사 1명 포함)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BX391편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승객과 승무원들이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탈출해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앆으며 대피 과정에서 승객 3명이 타박상 등 경상을 입어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승객 중에는 외국인 22명(중국 18명·미국 2명·영국 1명·필리핀 1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기체 앞쪽으로 옮겨 붙어 연기가 치솟아 소방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화재가 난 HL7763 여객기(A321-200기종)에서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를 회수해 내용을 분석할 계획이다.
아울러 탑승자들의 증언과 항공기 운항 기록 등을 종합해 여객기 꼬리 쪽 내부에서 불이 시작된 원인도 규명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향후 항철위 등의 조사 결과 용의점이 파악될 경우 관계기관 합동으로 추가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설 연휴 귀성·귀경길을 덮친 폭설로 교통사고 등의 피해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8일 오전 11시 43분께 전북 김제시 금구면 호남고속도로 김제나들목 부근에서 관광버스가 화물차를 추돌했고 이 사고로 버스 운전기사 등 6명이 다쳤으며 2명은 중상이다.
같은 날 오전 8시 39분께 충남 보령시 청소면 서울 방향 서해안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가 갓길 보호벽을 들이받고서 멈춰 선 것을 뒤따르던 SUV 승용차가 추돌하는 2차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고속버스 탑승객 15명 중 8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27일 오후 7시 32분께 충남 서산시 지곡면 환성리 일대 도로에서 대기업 2곳의 통근버스 차량 9대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연쇄 추돌, 버스 운전자와 승객 등 48명이 다쳤다.

같은 날 낮 12시 51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천안IC∼천안 분기점(JC) 구간에서 승용차와 고속버스 2대가 잇따라 추돌, 버스 승객 등 3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날 오전 11시께는 경북 상주시 화남면 당진영덕고속도로 청주 방향 48㎞ 지점에서 28중 추돌 사고가 났다. 비슷한 시간대 1k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도 4중 추돌 사고가 일어났다.
이들 사고로 모두 15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로공사는 사고 여파로 한 때 상주시 화서면 화서IC로 진입하는 차들을 국도로 우회 조치하기도 했다.
또 강원 원주에서는 오전 11시 20분께 가현동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면 원주IC 인근에서 10중 추돌사고가 나 9명이 다쳤고, 오후 9시 9분께 정선군 사북읍에서 BMW 승용차 등 차량 5대가 눈길에 고립됐다가 40분 만에 구조됐다.
전북에서는 27∼29일 산간을 중심으로 폭설이 쏟아져 농축산 시설 1.84ha와 가축 7500여마리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에서는 폭설로 인해 축사와 돈사의 지붕이 무너져 돼지 3마리가 폐사하는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
다세대주택 등에서 화재가 잇따랐다. 30일 오전 0시 13분께 경북 칠곡군 석적읍의 18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수도 배관 동파 방지 열선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다친 사람은 없지만 주민 50여명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소방 당국은 장비 19대, 인력 59명을 투입해 42분 만에 불을 모두 껐다.
설 당일인 29일에는 오후 11시 29분께 울산시 동구 한 다세대주택 1층에서 불이나 50대 여성 1명이 숨졌다. 이날 오전 11시 35분께는 경남 진주시 한 빌라에서 가스 폭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나 20대 거주자가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오전 7시 34분께 경북 영천시 금호읍의 20층짜리 아파트 18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불로 불이 난 세대에 혼자 있던 70대 여성이 숨지고 인근 세대 주민 20여명이 대피했다.
불은 발화 세대를 전부 태우는 등 소방서 추산 2665만원의 피해를 내고 1시간 30여분 만에 꺼졌다.

지난 28일 오후 8시 55분께 대전시 서구 월평동 한 아파트 11층에서 불이 나 6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로, 함께 있던 90대 여성은 연기를 들이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은 집 내부 일부(25㎡)를 태워 851만8000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피해를 낸 뒤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경찰은 방화나 실화, 부주의 등을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연휴 기간 가족·이웃 간 강력범죄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상자도 발생했다.
설 당일인 29일 충남 천안시에서는 이웃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6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오후 11시 16분께 천안시 동남구 청수동 한 아파트 B(54)씨의 집에서 B씨의 왼쪽 가슴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B씨의 남동생은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 가족을 흉기로 찔렀다"며 119에 신고했다.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는 이날 B씨를 찾아가 말다툼을 벌이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자세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노모를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인)로 아들 C(64)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C씨는 29일 오전 0시 11분께 광주 동구 학동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80대 어머니 D씨의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6일 오후 8시 10분께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도로에서 벤츠를 타고 음주운전을 하던 운전자가 음주 단속을 하던 경찰관을 차량에 매단 채 도주했다.
벤츠 운전자는 신호를 기다리던 산타페를 들이받은 뒤 멈췄다. 당시 벤츠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관과 산타페 운전자는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벤츠 운전자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