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에 연간 263만t 쿼터제 적용
“25% 관세 적용 시 가격 경쟁력 약화로 수출 타격”
현대제철, 미국에 전기로 공장 건설 고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25% 추가 관세 부과하는 계획을 오는 10일 발표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시행했던 철강 25%, 알루미늄 10% 관세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번 추가 관세 조치로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일본, 한국 등 주요 철강 수출국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주요 철강 공급국으로, 이들 국가와의 무역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한국 철강업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에 연간 263만t의 쿼터제를 적용받고 있다. 여기에 25%의 관세가 추가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의 주요 철강 수출국으로, 수출액 기준 1위를 차지하고 있어 그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철강기업들은 다양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전기로 공장 건설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관세를 피하고 현지 생산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전기로 공법,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공법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전략으로, 탄소 배출 감소를 통해 향후 있을 수 있는 탄소세 등의 규제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포항제철소 3고로 모습. /사진=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 모습. /사진=포스코

아울러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오전 장 초반 3% 이상 하락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현대제철 역시 2% 이상 하락했으며, 동국제강, KG스틸 등 다른 철강 기업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번 주가 하락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실현될 경우 한국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된 것이다. 특히 북미 시장이 한국 철강 수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크다. 

한국 정부도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나 쿼터 확대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관계 부처에 미국의 조치가 국내 기업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한국 철강 업계는 물론 현대차, 삼성전자 등 제조업 전반에 연쇄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증가는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철강 업계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대비해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대체 시장 모색 등 다각도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동시에 정부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외교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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