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나홀로' 증설...여타 기업들 "투자 여력 없다"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석화업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한때 꿈의 소재라 불리며 업계 전반적으로 투자하던 '탄소나노튜브(CNT)'의 인기도 가라앉는 분위기다. 금호석유화학은 CNT의 CAPA(생산능력) 증설을 마쳤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멈춘 상태다. 기업들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스페셜티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투자 여력이 없어 이마저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투자할 여력 없는 석화업계…치솟는 부채비율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롯데케미칼(-8948억원), LG화학(석유화학사업 -1360억원), 한화솔루션(케미칼 부문 -1213억원) 등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경우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 2조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호석유화학만 유일하게 27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기업 투자여력 지표인 부채비율 역시 금호석유화학이 가장 건전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석유화학 4사 부채비율을 비교하면 금호석유화학이 36.8%로 가장 낮다. 이밖에 한화솔루션 193.1%, LG화학 94.6%, 롯데케미칼 75.5% 등이다.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제2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제2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화만 유일하게 확대한 캐파

이런 상황에 금호석유화학은 CNT 캐파를 360톤으로 늘리는 마지막 작업 단계에 들어갔다. 기존 120톤에서 3배 확대된 규모다. 아산공장과 율촌산단으로 양분화 돼있던 생산설비를 합치고 현재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꿈의 소재로 불리는 CNT는 찢어지지 않고 버티는 힘(인장강도)가 철보다 100배 강하고 구리보다 1000배 빠르게 전기가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하면 주행 거리와 수명을 함께 늘리는 효과가 있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의 CNT 캐파는 경쟁사인 LG화학(2900톤)에 비해서는 규모가 훨씬 작다. 금호석유화학은 향후 시장 성장 추세를 지켜보면서 증설할 여력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캐파를 늘리고 생산 부지도 확보해 미래 먹거리로 보고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 울산Comple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 울산Comple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CNT에서 떨어진 업계의 관심

업계의 관심이 CNT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쟁적으로 투자하던 모습과 상반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금호석유화학과 CNT 합작공장(JV)을 짓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논의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합작공장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2900톤 규모로 CNT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는 LG화학은 지난해 4공장을 짓고 캐파를 2배 늘리기로 했지만 연말에 중단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범용사업 구조개편을 지속하고 신규 고부가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전년 대비 수익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추후 여유가 생기면 증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CNT 생산기업 제이오에 150억원 투자해 지분 5.45%를 확보했지만 지금은 협력이 느슨해졌다. 제이오가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SK이노베이션 지분이 5%대 미만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와 더불어 중국발 공급과잉이 CNT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범용제품인 에틸렌 생산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석화업계가 찾은 CNT마저 진출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CNT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투자나 증설 논의 일체가 모두 중단된 상태"라며 "신사업 발굴을 위한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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