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
"구체적 방안 마련해야 실질적 도움 돼"
정부가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석화업계는 나프타분해설비(NCC)거래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지만 기업들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NCC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형 NCC가 탄생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정부의 경쟁력 제고 방안의 세부 내용을 살피며 활용 가능한 영역이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 정책 발표 직후 '빅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실제 기업들이 거래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나온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NCC 부문 통합,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합작한 여천NCC 매각 설 등이 거론되지만 일각에서는 LG화학이 NCC 일부 시설을 물적 분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은 사업 가치 제고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여천 NCC의 경우도 장기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지만, 자동 연장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매각설은 현실성이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NCC 운영사 모두가 공급 과잉으로 앓고 있는데 빅딜을 통해 대형 NCC를 탄생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선 공급 과잉 상황에서 NCC 통폐합을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기업이 감산하면 다른 기업은 반사 이익을 누리게 된다. 제로섬 게임같은 구조로 인해 기업들이 설비 통폐합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빅딜이 이뤄지더라도 기업의 문화와 운영 방식 차이로 인해 통합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도 있다.
소수 기업에 사업을 몰아주더라도 결국 중국 경기 반등 등 수요 확대 요인 없이 흑자 전환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울산·여수·대산 산업단지의 NCC 기업 9곳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적자는 8494억원이다.
반면 다운스트림 영역에서 소규모 M&A(인수합병)을 진행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기업들이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군 중 집중 육성할 사업을 선별하고 다른 사업은 매각하는 시나리오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석유화학 빅4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으로 스페셜티 전환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LG화학은 태양광 신소재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롯데케미칼은 자동차용 소재, 한화솔루션은 소독약 등에 활용되는 고순도 크레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설비투자, 연구개발(R&D), 운영자금 등의 저리대출 등 3조원 규모 정책금융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신사업 진출시 국내외 석화기업간 M&A 컨설팅도 돕는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석화제품을 많이 팔아서 이익을 내야 하는 시스템상 비용 효율화, 금융 지원 등을 통한 방향이 당장 중동이나 중국의 공급 과잉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면서 "큰 그림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정책 발표에 따라 올해 초 한국화학산업협회 주도로 주요 석유화학 기업, 관련부처 관계자가 함께하는 이행 협의체가 꾸려질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사업재편, 석유화학 산업단지별 효율화 등을 위한 분과별 협의체를 구성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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