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화기업 수천억원대 영업손실
정부 ‘자율 구조조정’ 효과 낼지 관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이어 후속조치를 마련 중인 가운데 석화 기업들은 각사 차원 자구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1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수출한 총 제품 규모(3942만8145톤) 중 중국에 팔린 비중은 40.6%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40% 대비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금액(177억2213만달러)을 기준으로 하면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36.9%로 오히려 전년 대비 0.4%포인트(p) 떨어졌다. 지난 10년 새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전체 석유화학 제품 수입량 중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량(241만8407톤) 기준으로는 25.7%로 전년 대비 3.3%p가 올랐고, 금액(38억4466만달러) 기준으로는 31%로 2.5%p 상승했다. 대(對)중국 석화 제품 수출 규모는 빠르게 줄어드는 동시에 수입 규모는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중국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중국발(發) 석화 제품 공급과잉 지속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했지만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3% 하락해 시장 예상치(-2.2%)를 밑도는 등 장기간 저물가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미중 관세 전쟁도 우려를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지난 4일 시행하기로 하면서 중국은 10일부터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15%의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양국 관세 전쟁이 심화할 경우 중국의 저가 석화 제품이 대량으로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줄줄이 적자…정부 후속조치 주목
여러 우려 속에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롯데케미칼(-8948억원), LG화학(석유화학사업 -1360억원), 한화솔루션(케미칼 부문 -1213억원) 등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경우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 2조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기업들이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중 예정된 정부의 '석화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의 후속조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화학산업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꾸려진 민관 이행 협의체는 기업 대관 업무조직 등과 앞서 대책에서 나온 자율 컨설팅,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정책 자금 등 지원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 재편과 관련한 추가 건의가 수렴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각사 별 설비 조정 및 스페셜티 전환 '박차'
정부 후속조치와 별개로 기업들은 범용설비 정리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간 주력으로 내세웠던 기초화학 사업보다 다른 사업 위주로 재편을 가속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의 경우 전체 사업 중 70%를 차지하는 기초화학 부문은 지난해 809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반면 첨단소재 사업에서 1879억원의 영업이익을 통해 적자폭을 줄일 수 있었다.
현재 LG화학은 범용재 사업 구조개편을 지속하면서 신규 고부가 파이프라인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태양광 신소재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등 첨단소재 사업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초고압 케이블 등에 쓰이는 전선 소재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법인의 경우 잠재 매수자와 논의하고 있고 현재 매각이 어려운 자산은 주식수익스와프(prs) 활용 등 우회로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투자비도 계획보다 4000억원 축소한 1조4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국내 석유화학 빅4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금호석유화학은 호실적을 견인한 합성고무와 고부가가치 제품 NB라텍스 등을 앞세워 스페셜티 전환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 재편을 자율에 맡기되 이를 행정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 내 업계 목소리를 종합해 금융지원 등 후속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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