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NCC 2공장 매각 검토중이나 지연…지난해 직원 613명 감소
인건비 줄여도 판매 및 관리비 급증…긴축 정책 기조 이어질 듯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기업들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 몸집 줄이기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시황 악화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용 절약을 통해 적자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중국에 밀리고 있는 기초소재 분야 직원을 줄이는 기조가 두드러진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몸집 줄이기를 위해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 NCC 2공장은 여수 산업단지 내 33만㎡ 부지에 자리잡고 있다. 석유화학 원료인 폴리에틸렌과 프로필렌을 각각 연산 80만톤, 48만톤씩 생산한다.

다만 매각 추진설은 지난해 7월부터 나온 반면 1년 가까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액 차이로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LG화학은 해당 공장의 투자 금액인 약 2조6000억원을 기준으로 매각 가격을 설정하려고 하지만 협상 대상인 쿠웨이트 측은 LG화학의 제시 금액보다 낮게 협상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은 "금액 차이로 매각을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재 확정된 것은 없고 전체 매각이 아닌 합작 회사를 만들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몸집 줄이기에 이어 인력 구조조정까지
석화업계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인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벼랑끝에 내몰리자 최후의 카드로 인건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영업이익과 직결되는 인건비를 줄여 적자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 직원 수는 1만3857명으로 전년(1만4470명) 대비 613명 줄었다. 그 중 석유화학 부문 직원은 1년 만에 363명 줄어든 6161명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직원 수도 4764명으로 전년(4958명) 대비 194명 줄었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도 94명 감소한 5910명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그룹 공채 대신 상시 모집으로 신입 사원을 뽑으며 계열사별로 모집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업황이 부진한 만큼 신규 채용을 당장 늘릴 필요가 없다는 점이 반영됐다. 게다가 각종 부대비용이 필요한 임원의 숫자도 줄이고 조직 슬림화를 단행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은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LG화학은 2270억원의 급여 절감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은 464억원을 아꼈다. 롯데케미칼의 급여 총액은 9억원 늘었지만 전년 증가 폭(363억원) 대비 크게 밑돌았다.
당분간 인력 구조조정 기조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의 기초소재 증설 여파로 과거처럼 해당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래 사업을 고려해 스페셜피(고부가가치) 소재 연구개발 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관련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하다"며 "취업 보장 조건을 걸고 장학금 지원 등 대학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노력에도 각종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지정학적 리스크로 촉발된 해상 운임 급등이 판매 및 관리비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LG화학의 지난해 판관비 비율(매출 대비 판매 및 관리비 비율)은 16.5%로 전년 대비 4.1%p(포인트) 증가했다. 같은기간 롯데케미칼도 5.6%에서 5.9%로 늘었다.
업계, 정부의 실질적 지원책 필요
지난해 12월 정부는 석화업계의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경쟁력을 잃은 자산 매각을 유도하고, 연구개발(R&D) 지원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합작법인 설립과 신사업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할 때 기업결합 심사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자료 제출 범위 등 공거래위원회의 사전 컨설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사전 컨설팅은 신청 건수 0건으로 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해당 제도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범용 중심의 수출 의존형 성장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석유화학 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이 시급하므로 관련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에 큰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재의요구권이 행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