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서 헌정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됐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앞서 있었던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핵심 쟁점, 여론, 심판 기간, 헌재 의견 등에서 여러 모로 다르다.
◆ 핵심 쟁점: 선거법 위반 → 국정 농단 → 비상 계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공개 지지 발언이 계기가 됐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발언했는데, 이를 두고 야당은 공직선거법과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며 탄핵을 추진했다.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기각했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법 위반에 해당하긴 하지만, 파면을 통해 헌정 질서를 회복해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영철 당시 헌재소장은 결정문에서 "법 위반 행위가 파면 결정을 통해 헌법 질서를 회복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2003년 국회 시정연설에서 본인의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했는데, 헌재는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국민투표의 형태로 묻고자 하는 것은 헌법 제72조에 의하여 부여받은 국민투표부의권을 위헌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것이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동적, 그리고 소극적으로 위반하는데 그쳐 탄핵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사안의 중대성이 전혀 달랐다. 2016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박 전 대통령은 측근 최순실에게 국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혐의와 세월호 참사 당시의 무책임한 대응, 언론 자유 침해 등 여러 쟁점에 휘말렸다.
헌법재판소는 이 가운데 최순실의 국정 개입과 권한 남용을 "중대한 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박 전 대통령이 사과와 진상규명을 약속하고도 끝내 수사를 거부하고 책임을 부인한 점에서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고 보았다.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2017년 3월10일 선고문에서 "파면을 통해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 및 정당성 ▲계엄포고령 1호 위헌성 ▲군경을 동원한 국회 방해 ▲영장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등 체포 지시였다. 헌재는 이 5가지 쟁점에서 모두 윤 대통령이 위법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헌재 의견: 3:6(비공식), 8:0, 8:0
노 전 대통령 선고 결과는 탄핵 인용 3명, 기각 5명, 각하 1명으로 비공식 확인됐다. 다만, 당시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개별 재판관의 의견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건 이후 탄핵심판과 정당해산심판의 소수의견도 공개하도록 개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관 8명 전원의 의견일치로 탄핵이 인용돼 파면됐다.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헌법상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이들은 성실 의무 위반만으로는 탄핵 사유로 충분하지 않다는 보충 의견도 함께 밝혔다. 안창호 재판관은 보수·진보라는 이념적 구분을 떠나,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조치로서 파면이 필요하다는 보충 의견을 냈다.
윤 대통령도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며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밝혔다.

◆탄핵 여론: '반대', '찬성', '양극화'로 갈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당시, 여론은 압도적으로 탄핵 반대였다. 여론조사에서는 약 70%가 탄핵을 반대했고, 전국적으로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결국 탄핵 정국은 열린우리당의 2004년 총선 압승이라는 '탄핵 역풍'으로 이어졌다. 열린우리당의 국회 의석은 47석에서 152석으로 늘어났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국면에서는 매주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명이 모이는 촛불집회가 이어졌고, 여론조사에서도 75~81%가 탄핵에 찬성하는 등 국민 다수의 뜻이 뚜렷했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정치적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57%가 탄핵 인용에 찬성했고, 35%는 기각을 원했다. 그러나 헌재의 결정을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50%에 그친 반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44%에 달했다. 헌재 심판 절차에 대한 신뢰 여부는 '신뢰한다' 46%, '신뢰하지 않는다' 46%로 팽팽히 갈렸다.
갈등의 정점은 1월 19일 사법 역사상 최초의 법원 폭동이었던 '서울서부지방법원 습격 사건'이었다. 윤 대통령의 체포 영장 발부 및 구속 연장 결정에 대해 반발하던 윤 대통령 지지 세력이 벌인 일이었다. 이들은 법원 창문과 외벽을 파손하고, 경찰과 충돌하며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법원 내부로 진입하여 시설물을 파괴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5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기자들도 폭행을 당했다.

◆최종 선고까지 기간: 63일, 91일, 111일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후부터 최종 선고까지 걸린 기간은 노 전 대통령 63일, 박 전 대통령 91일, 윤 대통령 111일로 달랐다.
윤 대통령 선고가 이처럼 길어진 것은 최종 변론 종결일 이후 선고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탄핵의 경우 최종 변론이 끝난 후 선고까지 38일이 소요돼 이전의 14일(노무현), 11일(박근혜)보다 확연히 길었다. 심리 지연의 주요 이유로는 개별 안건에 대한 헌법재판관들의 이견 조율을 위한 시간, 헌재가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심판 등 여러 사안을 동시에 심리한 것, 윤 대통령의 석방 등이 지목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는 총 7차례의 변론이 진행됐으며, 탄핵소추안 가결부터 최종 변론까지 50일이 소요됐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총 17차례에 걸쳐 변론이 이어졌고, 심판 절차는 81일간 진행됐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총 11차례 변론과 73일간의 심판 기간을 넘는 기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