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가운데 주식시장은 극단적으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정치 테마주로 묶인 관련 종목들이 같은 날 전혀 상반된 주가 흐름을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안철수 의원이 대선 출정식을 연 8일 안랩은 전일 대비 14.64% 하락한 9만5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안랩은 안 의원이 설립한 보안업체로 현재 안 의원은 이 회사 지분 16.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다른 관련주로 꼽히는 써니전자 역시 12.10% 떨어지며 급락세를 보였다. 써니전자는 과거 대표이사가 안랩에 재직한 이력이 있어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주가는 출마 선언 직전까지만 해도 강세를 유지했으나 8일 오전 11시 광화문 출정식 이후 급락 전환했다. 안랩과 써니전자는 각각 지난 4일과 7일 이틀간 20%와 19% 넘게 급등했지만, 출마가 확정되자 ‘재료 소멸’로 인식되며 급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같은 날 출마 선언을 한 김문수 전 장관 관련주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정반대 흐름을 탔다. 대영포장(29.98%), 세원물산(29.97%), 옵티시스(29.91%)가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대영포장은 김 전 장관이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추진했던 유니버셜 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 인근 부지를 보유한 점이 테마 연관성으로 부각됐다. 세원물산은 본사가 김 전 장관의 고향인 경북 영천에 위치하고 있고, 옵티시스는 과거 경기도 창업 프로젝트에 연계돼 있다.
이외에도 평화홀딩스가 9% 넘게 상승했고, 한솔홈데코(17.41%)와 화신정공(14.97%) 등 김 전 장관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한편 안랩은 본질적 사업성과와 무관하게 정치적 이슈에 주가가 휘둘리는 양상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소폭 상승에 그쳤다. 반면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은 기업의 기술 경쟁력보다는 정치 프레임에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랩이 기업가치와 다르게 정치 테마주 이미지가 강화되면 본질적인 평가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역시 정치 테마주 과열을 경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정치 테마주는 실제 기업 실적이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등락해 투자자 손실 가능성이 크다”며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