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흔들리자 증시도 덩달아 요동

조기 대통령 선거일이 6월3일로 확정되면서 국내 증시가 정치 테마주의 급등락에 휘말리고 있다. 특정 정치인과 이름만 연결돼도 주가가 요동치는 이른바 '묻지마 테마주'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4월 5일까지 코스피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평화홀딩스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가는 293.66% 상승했다. 평화홀딩스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이지만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성씨와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된다. 계열사 공장이 김 전 장관의 고향인 경북 영천에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는 형지글로벌이 281.61%, 형지아이앤씨가 228.4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두 종목은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무상교복 정책 당시 계열사 형지엘리트가 교복을 납품한 전력이 있어 이재명 테마주로 묶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파면된 이후 정치 테마주는 다시 급등세에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바로 다음날인 4일에는 써니전자(안철수 테마주), 진양화학(오세훈), 경남스틸(홍준표)이 각각 30% 상한가를 기록했고, 진양산업은 25.39%, 대상홀딩스우는 16.74% 상승했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상지건설은 29.96% 급등하기도 했다.
회전율 지표도 정치 테마주의 쏠림 현상을 보여준다. 1일부터 4일까지 4거래일간 형지아이앤씨의 회전율은 740.53%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국피아이엠 607.93%, 오리엔트정공 512.78%, 형지글로벌 454.11%, 미트박스 376.15%, 아이엠비씨 339.16%, 유라클 291.54%, 형지엘리트 273.67%가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한국피아이엠과 미트박스를 제외한 종목은 모두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다. 여기서 회전율이란 일정 기간 동안의 총 거래량을 유통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투자자의 손바뀜이 잦다는 의미다.
정책 수혜 기대감으로 급등한 종목도 있다. 8일 기준, 코스닥 상장사 에르코스는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전일 대비 30% 오른 1만989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28일부터 8일까지 8거래일간 누적 상승률은 200%를 넘는다. 하지만 에르코스 대표는 공시를 통해 "당사의 사업 내용은 특정 정치인과 관련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거래량 1위를 기록한 코스피 종목은 대신정보통신이었다. 8일 하루 동안 4209만주가 거래돼 올해 평균 거래량의 10배를 넘었다. 유승민 전 의원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인 영향이다. 같은 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대영포장이 거래량 1위를 기록했다. 이 역시 김 전 장관과 연관된 테마주다.
그 외에도 김동연 경기지사 관련 대성창투, 오세훈 관련 진양화학, 행정수도 관련 대주산업 등도 거래량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거래량 상위 10개 종목 중 정치 또는 정책 관련 테마주가 아닌 기업은 삼성전자 정도가 꼽힌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윤 대통령 파면 이후 테마주 관련 불공정 거래와 불법 공매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는 실적과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급등 후 급락하는 경우도 많아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