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부임 후 조직 개편, 적자 사업 정리 등 바쁜 1년 보내
1분기 이마트 서프라이즈 실적 달성
SNS 풍운아 청산하고 친화력 바탕 경제 외교 역할 기대

용진이형, SNS 관종...
불과 몇년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부를때 썼던 말들이다. 대기업 오너하면 일반인이 느끼는 거리감이 크다. 정 회장은 중후함, 무거움과는 거리가 먼 오너였다.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정 회장이 주도했던 잡화점 '삐에로쑈핑', 헬스앤드뷰티(H&B)스토어 '부츠’, 남성 패션 전문 편집숍 '쇼앤텔', 소주 브랜드 '제주소주' 등이 문을 닫았다.
그런 그가 변했다. 스스럼없이 SNS에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공유했던 모습에서 탈피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SNS 활동을 과감히 정리하고 그렇게 좋아하던 골프도 끊었다.
현재 그의 SNS의 게시물은 24개에 불과하다. 업로드도 지난해 9월 15일 멈췄다. 그나마 24개의 게시물도 천덕꾸러기였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랐다.
실리주의 경영전략으로 '쇄신' 돌입
지난해 3월 신세계그룹 수장에 오른 정 회장은 본업경쟁력을 위한 쇄신에 돌입했다.
경영전략실에 '조직부터 시스템, 업무수행 방식까지 다 바꾸라'고 주문하며 신세계식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만들고, 수시 인사도 도입했다. 그룹과 계열사 현안을 손수 챙기고 각 계열사 CEO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계열사 CEO 대상 ‘신상필벌’ 인사는 두려울 정도였다. 지난해 4월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경질한 데 이어 그해 6월 SSG닷컴과 G마켓 대표이사를 잇달아 갈아치웠다.

정 회장의 실리주의 경영전략은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40억 원 늘어난 471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 했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이 7조218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2% 늘었다. 영업이익은 238.2% 증가한 1593억 원이다.
주요 자회사인 SSG닷컴과 SCK컴퍼니(스타벅스),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도 실적이 좋아졌다. 신세계건설은 2023년 18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에는손실 규모를 대폭 줄였다.
정 회장은 3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성장 본격 재개'를 선언했다. 이어 “경기가 안 좋고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우리의 본업경쟁력을 강화해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이 필요하며 적극적인 협업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다.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은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이커머스와 건설 등은 경영 정상화를 이뤄 확실한 성장 기틀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월 문을 연 트레이더스 마곡, 지난달 개점한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에 더해 하반기 인천에 트레이더스 구월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올해 3곳의 이마트를 신규 오픈하고 2027년까지 추가로 3곳 이상 출점에 나선다.
이커머스 사업에도 변화를 준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G마켓을 인수하고, SSG닷컴을 통해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했지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황 타개를 위해 '적'과도 협력한다. 신세계그룹은 올 상반기 중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각각 50%씩 현물출자 방식으로 통합법인을 설립한다.

경영을 넘어 통상외교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카타르 국왕의 초청으로 만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사람 가운데 유일한 한국 기업인이었다. 정 회장은 만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약 15초가량 선 채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는 정 회장을 대미 관계 측면에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고 보고 지난 4월 말 그에게 초청장을 보낸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셰이크 타밈 국왕과 인사를 나누고 만찬서 중동과 한국의 다양한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재계에선 정 회장의 행보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로 글로벌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요한 '기업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