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주니어가 방한 일정을 마치고 1일 출국했다. 단순한 인사 차원을 넘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성사된 민간 외교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의 일정은 시작부터 끝까지 정 회장이 함께했다. 입국 직후 여장을 풀 새도 없이 곧장 정 회장 자택으로 이동해 2시간가량 만찬을 함께 했다.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재계 인사들과의 면담도 정 회장이 공간을 제공하며 동행했다. 숙소와 교통, 동선 전반 역시 정 회장의 배려 아래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사업적 인연을 넘어선다. 지난해 12월,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며 트럼프 대통령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 기업인으로는 첫 대면이었다.
올해 1월 워싱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정 회장은 부인과 함께 참석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주선으로 미국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도 접촉했다. 당시의 만남이 이번 방한의 밑그림이 됐다는 평가다.
트럼프 주니어 방한은 공식적인 외교 루트가 아닌, 민간 차원의 '경제외교'로 기획됐다. 백악관과의 교류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 회장이 트럼프 일가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연결 고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정 회장에 대해 "명실상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유일한 '비공식 라인'"이라며 "정 회장은 기업인을 넘어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30일 이뤄진 재계 면담도 정 회장이 전면에 나선 가운데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진행됐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조선팰리스호텔에 머물며 주요 그룹 총수들과 면담을 가졌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등 10~30대 그룹 인사들이 참석했다. 일부 총수는 부재했지만,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미 통상 전략 및 협력 채널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컸다.
트럼프 주니어는 미국의 통상 압박과 관세 리스크, 공급망 불안정 등 민감한 경제 이슈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을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을 통한 비공식 경로가 향후 트럼프 행정부와 국내 재계 간 소통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정 회장과 만찬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치고 전용기를 타고 출국했다. 업계에선 향후 후속 만남과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 만남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정용진이라는 '민간 통로'를 매개로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재계 간 협력이 이어지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