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식품업계는 더 이상 내수 시장에만 기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수출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내수 부진을 해외 실적으로 메우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국내 사업 경쟁력 강화 역시 외면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경기 동향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들은 올해 2분기 사업 경기 전망지수를 96.1로 제시하며 1분기(98.5)보다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악화는 주요 식품기업 전반에 걸쳐 공통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후쿠오카 하카타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캐널시티 건물 2층 대부분은 K팝 굿즈나 K푸드 제품 등 한국 브랜드 판매 매장이 차지하고 있었다. / 사진=홍선혜 기자
후쿠오카 하카타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캐널시티 건물 2층 대부분은 K팝 굿즈나 K푸드 제품 등 한국 브랜드 판매 매장이 차지하고 있었다. / 사진=홍선혜 기자

CJ제일제당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이 가운데 식품사업 부문은 매출 2조9246억원으로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0% 급감한 1286억원에 그쳤으며 내수 소비 부진 여파로 전체 매출은 1% 감소했다. 이에 비해 K-푸드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외 매출은 8%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원재료비 상승, 고환율, 소비경기 둔화 등 복합적인 대외 요인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250억원으로 31.9% 줄었고, 매출도 2.8% 감소한 9103억원에 머물렀다. 풀무원도 영업이익이 113억원으로 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935억원으로 3.1% 늘었지만, 고물가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 비용 부담 증가가 실적을 짓눌렀다.

스플래시 불닭 캠페인. / 사진=삼양식품
스플래시 불닭 캠페인. / 사진=삼양식품

오뚜기와 빙그레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수 비중이 높은 오뚜기는 1분기 매출이 9,028억원으로 4.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75억원으로 21.5% 감소했다. 빙그레는 매출이 3.1% 늘어난 3,08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6.1% 줄어든 135억원에 그쳤다. 인건비와 운임 등 판관비 상승, 환율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이와 반대로 해외에서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은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반면 삼양식품과 오리온은 해외 매출 증가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두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삼양식품은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290억원, 영업이익 134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67%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해외 매출은 42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급증했으며,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까지 확대됐다.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한 K-라면 열풍이 북미, 동남아, 유럽 등지에서 지속되며 실적을 견인했다.

오리온도 같은 기간 연결 매출 8018억원, 영업이익 1314억원을 기록해 각각 7.1%, 5% 성장했다. 춘절(중국)과 뗏(베트남) 등 현지 성수기 효과 축소에도 불구하고, 중국(7.1%), 베트남(8.5%), 러시아(33%)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 법인의 수출 물량 증가까지 더해지며 해외 매출 비중은 68%로 확대됐다.

업계는 이제 해외 시장이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CJ제일제당, 농심, 오뚜기 등은 HMR·라면·김치류 등 K-푸드를 앞세워 수출 드라이브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 역시 KOTRA 바우처 사업과 해외 전시회를 통해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수익성 악화로 인해 글로벌 시장 개척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현지 맞춤형 제품 전략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가 장기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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