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더본코리아 코스피 상장
논란을 넘어, 브랜드를 넘어···다시, 본질로
윤리 경영·식품 안전 '핵심 가치'···전면적인 쇄신 돌입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때 '요리하는 사장님'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던 백종원은 외식 산업을 움직이는 경영자로 거듭나고 있다. 방송에서 내려온 그가 선택한 길은, 화려함 대신 본질에 가까웠다. 최근의 논란과 주가 하락에서도 후퇴하지 않았다. 방송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본사 경영에만 집중하겠다는 결단을 내리며, 백종원과 더본코리아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이 선택은 단순한 전술이 아니라,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대중의 식탁에서 지역의 골목까지

2015년, 백종원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가정식 레시피를 소개하며 일약 스타가 됐다. 단순한 셰프나 방송인의 역할에 머물지 않았다. tvN '집밥 백선생',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을 통해 요리의 대중화에 기여했고 2018년부터 시작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경영이 어려운 골목 가게를 찾아가 문제를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공했다.

그의 활동은 고향인 예산에서 더욱 구체화됐다. 침체된 예산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직접 점포를 창업하고 운영하면서, 하루 1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도하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예산 외에도 강진, 안동, 남원 등 14개 지자체와 협력해 80건 이상의 사업을 수행하며 지역경제의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이런 공공적 행보는 단순한 기업 이미지 제고를 넘어, '상생'을 브랜드 철학의 중심에 세우게 했다.

2023년 '백종원 효과'로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른 충남 예산시장이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 예산시장은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울퉁불퉁하고 먼지 날리던 장옥 바닥을 다시 포장하고 공중화장실을 단장하는 등 한달 여간의 재정비 작업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백종원 효과'로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른 충남 예산시장이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 예산시장은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울퉁불퉁하고 먼지 날리던 장옥 바닥을 다시 포장하고 공중화장실을 단장하는 등 한달 여간의 재정비 작업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위기에서 꺼낸 '본질 경영' 카드

2024년 11월, 더본코리아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다. 열매는 설탕처럼 달지 않았다. 식품 위생 문제, 원산지 표기 오류, 제품 구성 논란, 채용 과정의 불투명성 등 크고 작은 리스크가 잇따라 발생했다. 백종원 개인의 도덕성과 기업 운영 투명성 검증이 거세게 몰아쳤다.

전략은 명확했다. 대중 앞에 나서서 고개를 숙였고, 방송을 떠나 경영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은 내부 품질 관리팀을 강화하고, 홍보 커뮤니케이션 조직을 재정비했으며, 가맹점주와의 정기 소통 시스템을 도입하며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위기를 계기로 스타 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나, 브랜드와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백종원' 뒤에 숨어 있던 시스템이 전면에 등장한 셈이다.

백종원·강석원 더본코리아 공동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코스피 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시초가를 확인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종원·강석원 더본코리아 공동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코스피 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시초가를 확인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숫자가 말하는 체력, 방향이 말하는 미래

경영 성과는 나쁘지 않다. 2024년 더본코리아는 매출 4643억 원, 영업이익 36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3.1%, 40.8% 성장했다. 이 같은 수치는 본사의 사업 기반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방증이다. 전국적으로 1500개가 넘는 빽다방 매장이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 동력은 여전하다.

빽다방 외에도 롤링파스타, 역전우동, 홍콩반점 등 다양한 브랜드가 각기 다른 카테고리에서 분산된 수익을 내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엔 주방 자동화, 소스 OEM 생산, 물류 통합 같은 운영 효율화로 수익 구조 체질을 개선했다.

여전히 백종원 개인 이미지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 그리고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의 포화 속에서 빽다방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점은 구조적 리스크다. 더본코리아는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신메뉴 개발을 체계화하고 해외 시장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백종원 간판'에 의지하지 않고 각 브랜드가 독립적인 경쟁력을 가지도록 구조를 재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6일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더본코리아의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밝혔다. /사진=백종원유튜브캡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6일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더본코리아의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밝혔다. /사진=백종원유튜브캡쳐

비판과 마녀사냥 사이

구조적 리스크에 더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당한 비판을 넘어선 비방과 마녀사냥식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장사꾼이었다'는 식의 프레임이나, 지역 축제 현장의 위생 문제를 빌미로 백종원 개인을 '먹튀' 또는 '기만자'로 몰아가는 표현들이 퍼지며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과도한 감정적 낙인을 찍는 여론 흐름이 나타났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더본코리아의 지자체 용역사업 수익을 근거 없이 과장하거나, 백종원의 과거 방송 활동을 두고 '위선'으로 몰아붙이는 주장이 확산되기도 했다.

기업과 인물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비이성적 감정과 선입견에 기대는 방식이라면 진실 대신 혐오를 키울 수 있다. 백종원과 더본코리아가 저지른 실수는 엄정한 책임과 개선을 요구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비판이 균형을 잃지 않고 회복의 가능성까지 함께 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공격이 아닌, 경계를 넘어서는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3월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언론 앞에서 입장 표명 및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3월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언론 앞에서 입장 표명 및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初心···다시, 본질로

더본코리아는 반복된 논란과 관련해 조직문화와 업무시스템 전반의 근본적인 혁신을 천명했다. '이제, 다 바꾸겠습니다'라는 선언은 구호가 아닌, 변화의 서막이었다. 지역 프로젝트 소속 직원의 부적절한 행동, 축제 현장의 위생 관리 문제 등을 계기로, 회사는 윤리 경영과 식품 안전을 핵심 가치로 삼고 전면적인 쇄신에 돌입했다.

대표 직속으로 감사와 리스크 관리 전담 조직을 신설해 내부 활동을 투명하게 점검하고 있으며, 대외 홍보과 소통을 전담할 홍보팀도 새로 가동됐다. 조직문화 혁신 차원에서 임직원 윤리 및 책임의식을 고취하는 교육도 계획되어 있다. 문제를 일으킨 직원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됐고 외부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한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3월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을 향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3월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을 향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품 안전과 위생 관리도 대대적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식품 가공 및 조리 장비 전 과정에 안전 인증 절차를 강화하고 냉장·냉동 운송과 보관 설비까지 점검하며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재설계하고 있다.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상장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한 전사적 개혁의 일환이다.

더본코리아는 잘못과 부족함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백종원과 더본코리아가 마주한 위기는 단순히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브랜드 철학의 시험대였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본질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 방송이라는 대중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업이라는 실질의 세계로 옮겨간 백종원의 행보는 기업의 진정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숫자가 말해주는 탄탄한 실적, 위기를 계기로 시작된 경영 혁신, 그리고 '상생'이라는 일관된 철학은 더본코리아가 단순히 위기를 넘긴 것이 아니라, 한 단계 진화 중이라는 '통과의례'에 가깝다. 

'음식 장사'는 인심에, '경영 장사'는 신뢰에 달렸다. 믿음을 팔 수 없다면, 브랜드도 팔 수 없다. 백종원도 그것을 알고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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