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 물 공급 지렛대로 중앙정부 움직여···규제 풀고 미래 산업 유치 ‘잭팟’
안성시, 오·폐수 떠안고 200억 지원금···‘졸속 협상’ 비판 속 시민 분노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두고 인접한 경기도 안성시와 여주시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여주시는 남한강 물 공급을 지렛대로 삼아 중앙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수십 년 묵은 규제를 풀고 미래 첨단산업까지 유치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또 여주 성장10주년 로드맵까지 속도가 붙었다.
반면 안성시는 막대한 양의 산업 오·폐수를 떠안는 대가로 ‘헐값 보상’을 받았다는 ‘졸속·굴종 협상’ 비판에 휩싸이며 시민들의 거센 분노에 직면했다.
동일한 프로젝트를 대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과 협상력, 준비성의 ‘격차’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여주시의 전략은 명확했다. SK하이닉스가 용인 산단 가동을 위해 필수적인 하루 26만5000t의 공업용수를 남한강에서 끌어가야 한다는 점을 협상의 가장 강력한 카드로 활용했다. 협상 파트너의 ‘격’부터 달랐다. 안성처럼 경기도가 아닌 산자부, 환경부, 국토부 등 중앙부처와 LH를 직접 상대했다. 1년 6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여주시는 도시 발전을 가로막던 자연보전권역 규제 완화라는 역사적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는 단순한 보상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바꿀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1위 가정용 랩 기업 크린랲과 이차전지 신소재 기업 그리너지의 투자를 확정 지었고, SK하이닉스로부터 여주 산업단지에 20개 이상의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입주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물을 내주는 대가로 도시의 미래 보장과 먹거리를 통째로 확보한 셈이다.
상생 협약 12가지 사항 중 현재 6가지 사항이 이행 완료됐으며 지난 2023년부터 매년 여주 쌀 200t을 추가로 판매하고 있는 중이다.
반면 안성시의 상황은 정반대다. 용인 반도체 산단에서 발생하는 하루 36만t의 오·폐수를 안성시로 방류하는 방안에 합의하면서 시작부터 환경 부담을 떠안는 불리한 구도에 놓였다.
더 큰 문제는 협상 과정이었다. 중앙정부를 움직인 여주시와 달리 경기도가 중재에 나섰지만, 안성시는 오·폐수 수용으로 인해 발생할 환경적·경제적 피해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데이터나 계산도 없이 협상에 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준비도, 전략도, 목표도 없이 끌려가서 서명했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 결과로 받은 상생 협력금 200억원은 안성시가 받을 피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12개 상생 협약 사항 중 용인평온의숲 화장장 이용료 감면만 이행 완료됐고 나머지는 ‘추진 중’이거나 ‘시기 미도래’ 상태로 남아있다. 이처럼 극명한 결과 차이에 안성 지역사회는 들끓고 있다.
최호섭 안성시의원은 지난 19일 열린 제232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남한강물 틀어주고 2500억원을 받는 여주시와 달리, 36만t의 오·폐수를 받으며 200억원에 사인한 것은 엄청난 실책”이라며 “그 200억조차 어떻게 산정됐는지 수치를 따져 보지 않고 200억이라고 한 것은 보상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완전히 무너뜨렸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 예상액이 나와야 보상 근거도 맞고 협의도 맺는 것이 아니냐? 애초 1300억이나 들어가는 바이패스 비용을 200억받고 퉁 친 격이다. 1300억을 다 받아도 모자랄 판에 이게 뭐 하는 거냐?”라면서 상생 협약 관련 부서를 강하게 질책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시장 한 명의 무능이 시민 전체의 손해로 돌아왔다”라는 격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같은 프로젝트를 두고 벌어진 협상력과 준비성의 격차가 한 도시에는 미래 발전의 기폭제를, 다른 도시에는 값비싼 청구서를 남긴 셈이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안성 시민들이 떠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