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틱스, 中 HMI에 경찰 고소···경영권 분쟁 '격화'
中 자본 국내 반도체 기업 경영권 장악 시도···보안 위협 가능성

이미지=지니틱스 홈페이지 사진
이미지=지니틱스 홈페이지 사진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지니틱스가 최대주주와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며, 반도체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니틱스는 삼성전자 1차 벤더다. 갤럭시 워치 등에 지니틱스의 반도체가 활용되고고 있다. 

삼성전자에 기술력을 인정받던 지니틱스가 최근 중국계 자본과의 지배권 다툼, 기술 유출 공방에 휩싸이면서 향후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9일 임시주주총회에서는 ‘헤일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인터내셔널(HMI)’ 측이 현 이사 전원 해임과 중국인 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상정하며 경영권 탈환에 나선다. 이에 맞서 지니틱스 경영진도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추가 확보하고, HMI와 위임장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지니틱스의 경영권 분쟁은 중국계 팹리스 기업 HMI가 지난해 8월 지니틱스 지분 약 31%를 인수하며 시작됐다. 이후 HMI는 현 경영진을 대상으로 기술 유출과 장비 반출 혐의를 주장하며 이사회 전면 교체를 추진 중이다.

이들 경영진은 대부분은 HMI에서 일했으며 HMI가 직접 이사회에 올린 인물이다. 남인균 이사는 헤일로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장호철 오퍼레이션 본부장은 한국지사 전무를 맡았다. 권석만 지니틱스 대표는 헤일로 한국지사장 출신이다.

HMI는 지니틱스가 개발하던 디스플레이 IC ‘HM5600’ 관련 자료 및 장비가 경쟁사로 넘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니틱스 측은 HM5600 관련 제품에 관해 "기획 단계에서 중단된 과제로 실제 설계·생산·판매된 바 없는 사안"이라며 "해당 주장은 명백한 허위"이라고 일축했다.

지니틱스, HMI 등 경찰 고소 "허위사실 유포로 주주 혼란"

이에 지니틱스는 지난달 30일 최대주주 HMI와 의결권 위임 대행사인 비사이드코리아를 자본시장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허위 사실이 담긴 유인물과 온라인 게시글로 주주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니틱스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간 민사 분쟁을 넘어 고의적 명예훼손과 자본시장 교란에 해당하는 중대한 법률 위반행위"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피고소인들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HMI는 장내 매수 등을 통해 지분을 35% 이상으로 확대하며 주총 전 의결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 경영진 또한 유상증자 참여와 장내 매수를 통해 맞불을 놓았지만, 현재 지분 규모에선 열세다.

특히 HMI는 지난 6월 수원지법에 유상증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첫 번째 신청은 기각됐고, 두 번째 가처분 신청이 진행 중이다. 주총을 앞두고 법원의 판단이 양측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제품 갤럭시 워치 시리즈는 지니틱스의 IC가 탑재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제품 갤럭시 워치 시리즈는 지니틱스의 IC가 탑재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사진=삼성전자

지니틱스는 삼성전자에 터치·카메라 모듈용 반도체를 납품하는 1차 벤더다.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이다. 이번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삼성과의 거래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中 자본 경영권 장악 시도, 국내 반도체 보안에 위협 가능성 있어

현재 HMI 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 후보는 타오 하이(TAO HAI) HMI 대표이사, 웨궈 하이(YUEGUO HAI) HMI 이사, 홍근의 HMI코리아 대표이사 등이다. 타오 하이 이사와 웨궈 하이 이사는 중국 국적이다.

이에 지니틱스 현 경영진은 기술 및 고객 네트워크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이사진을 전면 교체하려는 움직임은 지니틱스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자본의 경영권 장악 시도는 국내 팹리스 시장의 기술 독립성과 보안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기술 유출 여부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R&D 보호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분쟁이 단순한 경영권 다툼을 넘어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고객사뿐 아니라, 중소 팹리스 생태계 전반의 구조와 외국자본 유입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는 9일 지니틱스의 임시주총이 단순 HMI와 지니틱스뿐 아니라, 한국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주권과 안보 문제까지도 비춰볼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마트에프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