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넥슨 인수설 ‘부인’에도 업계 경계↑

크래프톤의 핵심 IP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텐센트의 내부 스튜디오(라이트스피드)가 직접 공동 개발했다. / 원본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의 핵심 IP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텐센트의 내부 스튜디오(라이트스피드)가 직접 공동 개발했다. / 원본사진=크래프톤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중국 거대 IT 기업 텐센트가 최근 불거진 카카오모빌리티와 넥슨 인수설을 공식 부인했지만 업계 전반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 인수 여부 때문이 아니라 이미 텐센트가 '조용한 지배자'로서 국내 게임산업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구조적 현실 때문이다.

텐센트는 전면적인 인수 없이도 소수 지분 확보, 퍼블리싱 계약, 판호 통제, 콘텐츠 유통권 확보 등 다층적 전략을 통해 한국 주요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해 왔다.

업계에서는 게임, 콘텐츠,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포괄적 생태계 투자로 '보이지 않는 인수'를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정학적 규제를 피하면서도, 시장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하는 전형적인 비지배적 통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텐센트가 지분을 확보한 국내 주유 게임사와 기업들 /자료= 각사
텐센트가 지분을 확보한 국내 주유 게임사와 기업들 /자료= 각사

넷마블·크래프톤·시프트업 등 주요 게임사 2대 주주 지위 확보

1일 업계에 따르면 텐센트가 한국 게임 시장에 본격 진입한 첫 번째 대형 투자는 2014년 넷마블이었다. 당시 텐센트는 약 5억3000만달러(한화 약 5500억원)를 투자해 17.52%의 지분을 확보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섰다. 현재는 넷마블의 2대 주주다.

이후 넷마블의 주요 게임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텐센트가 현지 퍼블리싱과 판호 확보를 담당하며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2019년 넥슨 인수 시도 당시에는 넷마블과 텐센트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했다.

크래프톤 역시 텐센트의 대표적 전략 투자처다. 2017년 8월 텐센트는 시리즈 C 라운드에 참여해 700억원을 투자, 초기에는 1.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추가 투자를 통해 현재는 13.73%를 보유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크래프톤의 핵심 IP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텐센트의 내부 스튜디오(라이트스피드)가 직접 공동 개발한 사례로, 양사는 단순 투자 관계를 넘어 IP 공동 활용 구조를 갖추고 있다.

2022년 12월 텐센트는 시프트업에 20%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협업에 나섰다. 이후 2024년까지 지분을 34.85%로 확대, 2025년 6월 기준으로는 40%에 가까운 지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창업자 김형태와 5% 수준의 지분 차이로 높은 영향력을 갖는 2대 주주에 오른 셈이다.

시프트업의 대표작 ‘승리의 여신: 니케’는 텐센트의 글로벌 퍼블리싱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를 통해 출시, 중국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성공을 거두었다. 퍼블리싱부터 마케팅, 유통까지 텐센트가 사실상 게임 생애주기 전반에 관여하는 구조다.

카카오게임즈·웹젠·K-POP 엔터社 지분도 전략적 보유

텐센트는 카카오게임즈의 3.92%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분율은 낮지만, 이는 단순 투자라기보다는 카카오 생태계 전체와의 전략적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창구다.

실제 카카오게임즈는 텐센트가 100% 인수한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의 ‘패스 오브 엑자일’을 국내 퍼블리싱하고 있으며, 양측은 모바일-콘텐츠-IP 협력 구조를 지속 확대 중이다. 더불어 텐센트는 카카오 본사에도 약 5.93%의 지분을 보유해, 플랫폼 생태계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한국 고전 MMORPG를 대표하는 웹젠에도 텐센트는 2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뮤’ 시리즈는 중국 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IP로, 텐센트는 이를 통해 중국 유저 기반을 타깃으로 한 재활용 콘텐츠 전략을 펼치고 있다.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텐센트의 자회사 텐센트뮤직은 SM엔터테인먼트의 9.38%, 다른 계열사는 YG엔터테인먼트의 4.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K-POP이라는 글로벌 콘텐츠 자산을 활용해 자사 음악 플랫폼과의 연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텐센트는 100% 인수 없이도 2대 주주 또는 전략적 주주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능숙하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에 머무르지 않고, 퍼블리싱·마케팅·시장 진입까지 전방위에서 깊숙이 관여하며 게임 산업 생태계 전반의 ‘필수불가결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는 단순한 인수보다 훨씬 정교하고 효과적인 방식"이라며 "바로 이 점이 한국 게임산업이 텐센트를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텐센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엇 게임즈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원본 사진=라이엇 게임즈
텐센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엇 게임즈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원본 사진=라이엇 게임즈

라이엇·슈퍼셀 등 해외 주요 게임사 대주주로 지배력 공고

특히 해외로 눈을 돌리면 텐센트의 영향력은 더욱 압도적이다. 라이엇 게임즈(100%), 슈퍼셀(84.3%), 에픽게임즈(40%), 유비소프트(간접지분 49.9%), 라리안 스튜디오(30%), 프롬소프트웨어(8%) 등 세계적 게임사에 대규모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퍼블리싱 브랜드인 ‘레벨 인피니트(Level Infinite)’를 통해 게임 유통을 분산 관리하고 있으며, ‘승리의 여신: 니케’ 등은 시프트업이 만든 콘텐츠를 중국·일본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대표 사례다.

텐센트는 직접 인수 대신 소수 지분 투자와 합작회사 설립, 현지 브랜드 유지를 통해 정치적·문화적 저항을 최소화한다. 

텐센트는 2019년 넥슨 인수 시도 당시에도 넷마블과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최근 다시 넥슨과 카카오모빌리티 인수설이 보도되었을 때도 “사실무근”이라며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지속적 투자 확대와 영향력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텐센트가 특정 기업을 완전히 인수하지 않아도, 기술·시장·판호의 3중 통제 구조를 통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마트에프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