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전략, 단일 해법 아닌 공존 구도로
하이브리드·PHEV, 전동화 과도기 핵심 축 전망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전기차 중심이던 자동차 전동화 흐름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부족, 고금리 등으로 전기차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생긴 빈 자리를 '충전 없는 전기차'로 불리는 하이브리드가 빠르게 채우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전동화 전략이 바뀌는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B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30% 감소했고, 전체 승용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에서 6%로 떨어졌다.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29.2% 늘어나 전체 승용차 등록의 23%를 차지하며 다섯 대 중 한 대가 하이브리드일 정도로 수요가 급증했다.
수요 변화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뚜렷하다. 중고차 전문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2020년 2.6%에 불과했던 하이브리드 차량 등록 비중이 올해 5.9%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판매 비중 역시 2.27%에서 5.07%로 상승했다. 하이브리드는 가격도 안정적이고 유지비용 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병행하며 상황에 따라 자동 전환하는 방식으로,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에서 자유롭고 연비가 높아 유지비 부담이 적다. 초기 구매 비용도 순수전기차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합리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흔들린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줄면서 즉각적인 수요 위축이 나타났고 충전 인프라도 충분치 않아 장거리 주행에 부담이 크다.
배터리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초기 구입비용은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보다 높고 고금리로 인한 할부 부담까지 더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는 충전 걱정 없이 전기모터를 쓰면서도 가격과 연료비 측면에서 합리적 선택지가 되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계도 빠르게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존 3종에 불과했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5종으로 확대하고, 모터를 2개 장착한 신규 변속기 기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선보였다. 2028년까지 연간 133만 대 판매, 2030년까지 모델 수 두 배 확대를 목표로 한다.
토요타와 혼다는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중심 모델로 내세우고 미국 배터리 공장 증설과 함께 2030년까지 PHEV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볼보, GM,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사들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PHEV 병행 전략을 강화하며 '균형 전동화' 전략을 새로운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 변화도 방향 전환을 뒷받침한다. 유럽연합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목표로 하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규제 유예와 유연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뿐 아니라 PHEV에 대해서도 보조금을 확대하며 두 축을 병행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2025년 이후 유럽과 중국, 미국 시장에서 PHEV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중심 전동화 전략에서 하이브리드와 PHEV를 함께 운영하는 균형 전동화 전략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것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라며 "소비자 수요와 정책, 기술 현실이 맞물리며 자동차 산업이 또 한 번의 변곡점에 들어섰다"고 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