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B777 좌석 3-4-3 변경 추진···공정위 "소비자 서비스 저하, 시정조치 위반 소지"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대한항공이 일부 장거리 노선 항공기의 좌석 배열을 기존 3-3-3에서 3-4-3으로 변경하려는 시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정위는 "해당 변경은 좌석 너비 축소를 수반하는 만큼 과거 기업결합 승인 당시 부과된 시정조치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해당 기종은 대한항공이 보유한 보잉 B777-300ER로, 11대에 대해 이코노미석 배열을 3-3-3에서 3-4-3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변경이 완료되면 좌석당 너비는 약 18.1인치(45.97㎝)에서 17.1인치(43.43㎝)로 약 2.54㎝ 감소하게 된다. 숫자로 보면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장거리 비행에서는 체감되는 불편이 크다는 소비자 의견이 적지 않다.
공정위는 이러한 변경이 2019년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부과한 시정조치의 '소비자 서비스 저하 금지' 항목에 저촉될 수 있다고 본다. 시정조치는 인천-로스앤젤레스, 인천-프랑크푸르트 등 40개 노선에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상품·서비스 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좌석 수, 간격, 식사 수준 등도 포함된다.
"우회적 변경도 위반" 공정위의 원칙적 입장
공정위 관계자는 "좌석 너비를 줄이는 변경은 소비자 입장에서 분명한 서비스 저하이며, 이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시정조치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항공사가 경영 효율화를 위해 구조 변경을 추진하더라도, 고객 편익이 뒷전으로 밀릴 경우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다.
특히 이번 사안은 형식적으로는 기재 변경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고객당 공간이 줄어드는 '서비스 질 저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엄정히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좁아진 좌석, 고객 체감은 명확
항공기 좌석 너비는 일반적으로 17~18.5인치 사이이며, 17인치 미만일 경우 장시간 착석 시 어깨 충돌, 혈류 저하, 피로 누적 등 불편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 3-4-3 배열은 저비용 항공사(LCC)나 일부 고밀도 기재에서 사용되지만, 대한항공처럼 풀서비스항공사(FSC)에서 장거리 노선에 도입할 경우 서비스 다운그레이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최근 항공료가 고공행진 중인데, 좌석 공간을 줄이는 것은 가격 대비 서비스 품질을 낮추는 행위"라며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계와 소비자 권익 사이 균형은?
대한항공 측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합병 기업결합시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구조적·행태적 시정조치를 절대 준수해 나갈 것"이라며 "해당 기재는 시정조치 40개 노선에 투입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항공사들도 동일 기종에 3-4-3 배열을 도입하는 추세"라며 "대한항공만 과거 기준을 고수하면 손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에미레이트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에어프랑스 등 글로벌 항공사들은 이미 3-4-3 배열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판단은 다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조건으로 부과된 시정조치를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로 보고 있으며, 기업의 자율성보다 소비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좌석 변경 시도는 단순한 내부 정책 조정이 아니라, 소비자 권익과 기업 효율성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다. 공정위의 시정조치 위반 판단 여부에 따라 향후 항공사들의 서비스 구조조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