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 달려 귀국길"···전세기 투입된 이례적 송환 절차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7일 만에 석방돼 귀국길에 올랐다.
11일(현지시간) 오전 11시38분께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가 출발했다.

전세기에는 지난 4일 단속으로 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316명을 비롯해 중국인 10명, 일본인 3명, 인도네시아인 1명 등 외국인 14명이 함께 탑승했다. 전체 귀국자는 총 330명이다. 이들은 한국시간 12일 오후 3~4시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4일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 이민 당국 단속에 일제히 체포됐다. 이후 포크스턴·스튜어트 구금시설 등에 분산 수용됐다가 7일 만에 석방됐다.
전세기·버스로 이어진 특별 귀국 절차
귀국 과정도 이례적이었다. 이날 새벽 구금시설을 나온 근로자들은 우리 기업이 준비한 버스 8대를 타고 430㎞ 떨어진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했다.
미국 당국과의 협의에 따라 수갑 등 신체 구속 없이 평상복 차림으로 이동했으며, 공항에서는 일반 여객 절차 대신 화물청사에서 신원 확인 후 곧장 전세기에 탑승했다.
투입된 기종은 대한항공 B747-8i(368석). 인천에서 애틀랜타까지 빈 항공기로 이동하는 ‘페리 비행’을 한 뒤 근로자들을 태우고 귀국하는 방식이었다. 전세기 왕복 비용(약 10억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이 분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단속 과정에서 한국인 수백 명이 한꺼번에 구금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불법 체류 단속'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법률상 체류·취업 자격이 불분명한 인력을 현장에서 단속하는 것은 합법적이지만, 대규모 한국 투자 프로젝트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치·외교적 파장이 크다.
외교부는 "미국 측이 재입국 과정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법규상 자진 출국자의 재입국 제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후속 대응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현장 인력 충원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재입국 여부가 사업 일정과 직결된다.
한미, '투자 인력 비자' 논의 착수
사태 수습을 위해 현지를 찾은 박윤주 외교부 1차관,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등도 전세기에 동승했다. 정부와 기업은 귀국 조치와 함께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한미 양국은 대규모 투자기업의 전문 인력을 위한 새로운 비자 제도 설계 논의에 착수했다. 이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불법 고용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제도 공백에서 비롯됐음을 방증한다.
이번 사건은 한국 대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 속에서 발생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조지아주에 7조원 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이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이후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 투자하는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번 집단 구금은 ‘동맹국 투자 환경’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한미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