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 흔들 ‘6세대 전쟁’ 본격화

10나노급 D램을 생산하게 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10나노급 D램을 생산하게 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 양산 체제를 마련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한국 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창신메모리도 HBM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기술 성숙도에서는 국내 기업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HBM4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이 제품은 이전 세대 대비 2배 늘어난 2048개의 데이터 전송 통로를 적용해 대역폭을 두 배로 확장하고 전력 효율을 40% 이상 개선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구현했다며 이를 통해 AI 서비스 성능을 최대 69%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SK하이닉스가 축적해온 패키징 기술 우위가 뒷받침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1세대 HBM을 개발할 때 TSV 기술을 도입했으며 이번 HBM4에도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고단 적층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발열 성능까지 개선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초미세 공정을 무기로 반격에 나섰다. 삼성은 12단 HBM4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글로벌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다. 특히 업계에서 유일하게 1c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함께 적용해 데이터 처리 성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베이스 다이도 직접 생산해 공정 통합을 강화했고 지난 7월 31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미 HBM4 양산 준비를 공식화한 바 있다.

남은 관문은 엔비디아의 검증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 모두 엔비디아에 HBM4 샘플을 제공했고 성능과 효율 평가가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시장 점유율과 안정성에서 앞서 있다고 보면서도 독점 구조에 따른 가격 부담을 고려하면 엔비디아가 삼성과의 협력 확대를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SK하이닉스는 HBM 판매 호조에 힘입어 2분기 연속 삼성전자를 제치고 D램 시장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은 HBM4 수율 안정화와 성능 인증에 성공한다면 내년 대규모 공급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공급업체들에 더 높은 조건의 전력 효율과 속도를 요구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1c D램 기반의 HBM4 생산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 내년 HBM 공급량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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