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상권 한계·매출 기여도 저조
편의점·이커머스, 각자 채널 경쟁력 강화에 무게
| 스마트에프엔 = 김선주 기자 | 편의점 CU와 이커머스 플랫폼 컬리의 보랏빛 연애가 지난 6월 막을 내렸다.
양사의 ‘이종 채널 협력 모델’은 신선식품과 프리미엄 식재료를 편의점 공간에 접목한 시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실적 한계와 전략적 우선순위 변화 속에서 일단락됐다.

컬리 특화 매장 CU타워팰리스점
CU와 컬리는 지난 2023년 12월에 컬리의 상품 110종을 만나볼 수 있는 1호 컬리 특화 매장 'CU타워팰리스점'을 운영했다. 컬리의 PB(자체 브랜드)인 컬리스, 컬리프레시365, 컬리세이프365 등이 준비됐다. 컬리의 신선한 상품을 편의점(오프라인)에서 즉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실제 1호 컬리 특화 매장은 개점 후 지난해까지 매출이 꾸준히 상승해 양사는 2호 매장 출점을 검토 중에 있었다.
CU타워팰리스점은 특화 매장답게 매장 공간의 20%를 컬리 상품으로 채웠다. 입구에 입장하자마자 빵, 과일, 연어회, 밀키트 등 다양하게 준비된 컬리존을 만나볼 수 있었다.
타워팰리스점은 매장 규모 자체가 크고,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삼성타워팰리스를 끼고 있는 대규모 주거지역이다. 평일 오후에도 취식대가 만석이 될 정도로 소비자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매장이다.

편의점·이커머스 협업, 왜 지속되지 못했나
이 매장은 ‘테스트베드’ 성격이 강했다. 초고가 아파트 단지 상권을 중심으로 한 점포는 컬리의 차별화된 상품을 소량·근거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올해 6월 조용히 컬리존이 빠지게 됐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측은 "테스트 점포였지만 추가 점포를 확장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양사간 합의하에 종료됐다"고 밝혔다.
컬리 측은 "협업 매장 운영 관련 계약이 종료됐다"며 "본 사업은 종료됐지만 CU와의 와인 픽업 사업 등은 계속되고 있다. 향후 사업 영역 확대·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추가적인 시너지 창출 가능 사업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 익숙한 컬리 고객층과, 즉시 구매·소량 구매를 선호하는 편의점 이용층 사이에는 수요 간극이 존재했다. 또 '초고가 아파트 단지' 특수 상권 지역이라는 점도 실적 기대치에 못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운영 비용 대비 매출 기여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수 상권 기반 모델은 확장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양사, 전략적 판단 변화로 '이별'
컬리와 CU의 전략적 판단 변화도 이번 이별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컬리는 최근 네이버와 함께 '컬리N마트'를 오픈했다. 오픈을 맞아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등 700여 개 상품을 할인하는 '그랜드 오픈 위크'를 진행 중이다. 또 지난해 6월부터는 1시간 내 집 앞으로 배송하는 퀵커머스 '컬리나우'를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역시 컬리 주문량이 높은 마포와 강남(타워팰리스 포함) 두 곳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CU 역시 배달 플랫폼과의 협력, 자체 앱 고도화 등 온라인 접점 확장을 강화하고 있다.
협업 매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보다 각자의 핵심 채널 경쟁력을 키우는 데 무게를 둔 셈이다.
한 유통 전문가는 “편의점과 이커머스의 결합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지만, 단일 매장 테스트를 넘어 전국 단위 확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뚜렷한 고객 가치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