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마트에프엔 = 한시온 기자 | “한 팀 안에 수비팀과 공격팀이 뭉쳐야되는데 각자 수비만, 공격만 하는 꼴이죠. 인위적으로 나누면 책임을 서로 미루게 될 것입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오창화 금융감독원 팀장은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감독기관 두 배, 업무부담 두 배’라고 적힌 피켓을 든채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다른 금감원 직원들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본점 앞에서 휴가를 내거나 근무시간 외 시간을 이용해 1인 시위에 나섰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문제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정부는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하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감원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두 기관의 업무가 중복돼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가 오히려 약화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 팀장은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은 본질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쌍봉형 모델을 도입한 영국, 호주, 네덜란드, 남아공, 뉴질랜드 등은 대부분 연방국가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감독 기능이 중복됐다”며 “결국 흩어져 있던 기능을 유사성에 따라 다시 묶어 재편한 것이 쌍봉형이지, 분리 모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쌍봉형을 감독 기능 분리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같은 기능을 통합해 재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하나의 기관 안에서는 협의로 조율이 가능하지만 기관이 분리되면 공문으로만 조율해야 한다”며 “그 순간부터 갈등이 불가피하고 같은 민원을 두고 기관 간 다툼이 생겨 민원인과 감독기관 모두 시간과 비용이 두 배로 소요된다”고 우려했다.
증권사 사례도 언급했다. 오 팀장은 “증권사가 채권 발행 주관을 맡으며 일부 물량을 직접 인수하는 것은 영업 행위인 동시에 발행사가 부실화되면 자기 인수분이 부실채권으로 남아 건전성 문제로 이어진다”며 “이처럼 영업 행위와 건전성은 명확히 분리할 수 없고, 이는 증권·보험·은행 모두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감독체계개편에 따라 금소원을 신설할 경우 전산 구축에만 약 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약 70%를 은행이 분담하게 되는데 이미 은행권은 점포와 직원 수를 줄이는 상황에서 감독기구만 두 개로 늘어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 팀장은 “은행은 영업점 축소나 수신금리 인하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진다”며 “상담 인력이 줄고 온라인 가입이 늘수록 금융 취약계층은 보호받기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 일부 신한은행 직원들이 응원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규제와 제재를 내리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안에서는 은행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신설되면 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자 관점이 소홀해질 수 있고 이는 금융시장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며 “은행도 수익과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금융산업 성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소원 운영 분담금으로 은행권에서 약 4000억원을 부담하게 되는데 과연 효율적인지는 의문”이라며 “결국 은행이 투자하는 비용인 만큼 은행과 고객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