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금융당국 개편을 추진 중이다. 그 안에는 금융감독원 내부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인데, 과연 금소원 신설이 그런 효과를 가져올까.
금융감독의 두 핵심 기능인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서로 독립된 기관이 각각 담당하는 이른바 '쌍봉형(雙峰型)' 감독체계는 각 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기관 간 정보교류가 미흡하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운영상 한계를 보일 수 있다.
이에 우리 금융당국은 1998년 단일 기관에서 핵심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단봉형(單峰型)' 감독체계를 도입했고, 이후 수차례 개편 논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논쟁을 거친 끝에 각 기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현 체제를 유지해온 것이다.
현 시점에서 굳이 쌍봉형 체제로 변경해야 할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소비자보호처에 특정한 필요 권한이 부재하고, 그래서 업무가 더디게 진행된다면 금감원 내부에서 업무조정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나라 경제가 어렵고, 금감원이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금융감독 조직을 쪼개는 것이 오히려 현안 해결에 독이 될까 우려된다.
금융감독 체제 변경 논의가 시작된 지점인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로 돌아가보자.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어 금감원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저마다의 사건을 계기로 금감원 민원을 경험하게 된 다수 금융소비자들은 금감원이 자신을 보호해주는 기관이라는 '환상'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금감원이 가해 금융기관과 '한몸'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금감원의 직원들은 퇴직하면 금융기관으로 재취업을 할 수 있다. 그러니 미래의 직장을 위해 불의를 묵과하는 판단을 하지 않겠냐는 의심이 나온다.
공직유관단체인 금감원의 국장(1급) 이상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3년간 금감원 전체의 업무와 관련된 기관에 취업이 제한된다. 그 아래 부국장.팀장.선임(2~4급) 등은 퇴직 후 3년간 자신이 담당했던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된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그런데 이 3년이 애매하다. 금융기관이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는 다음에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기에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퇴직 후 3년간 금융권 밖으로 나갔다가 은행,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가상자산거래소 등으로 속속 재취업하는 금감원 퇴직자들에 대한 기사가 매년 쏟아진다.
전관예우가 횡행하는 곳이 어디 금감원뿐일까. 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생각이 진심이라면, 금감원을 쪼갤 시간에 어떡하면 고질적 전관예우를 없애고 잃어버린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되찾을까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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