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엄정 조치할 것"
롯데손보, K-ICS 비율 업계 최하위권

롯데손해보험이 금융감독원의 제동에도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조기상환(콜옵션)해 논란이다. 금감원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감독규정 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돼 상환 불승인 방침을 통보했지만, 롯데손보는 이를 무시하고 상환을 강행한 것이다. 롯데손보는 회사의 보험 계약자들의 자산에 영향을 주지 않는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자본건전성 문제에 대한 형식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손보는 8일 "콜옵션을 확정적으로 행사해 공식적인 상환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상환 대상은 롯데손보가 2020년 5월 발행한 900억원(발행금리 5.00%) 규모의 무보증 후순위사채다. 해당 채권의 만기는 10년이지만, 일반적으로 발행 5년 후 조기상환이 이뤄지는 것이 시장의 관행으로 알려졌다.
◆금감원과 정면충돌···이복현 원장 "엄정 조치할 것"
문제는 금융당국이 롯데손보의 콜옵션 행사에 '불승인'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롯데손보가 상환 절차를 밟았다는 점이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말 기준 K-ICS 비율은 154.6%였으나 상환 이후 149.5%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험업감독규정은 후순위채 상환 후 K-ICS비율이 150% 이상을 유지하거나, 대체 자본조달이 확정된 경우에만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허용한다.
롯데손보는 금감원에 관련 비조치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금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콜옵션 불승인을 통보했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금감원의 통보를 무시하고 조기상환을 단행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법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전례가 없는 일"이며 "롯데손보가 제출한 후순위채 조기상환 신고서를 보면 지난 3월말 K-ICS 비율이 150%에 현저히 미달했고, 단기간에 충족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예외조항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보사 K-ICS 비율 최하위권···재정건전성 압박 때문?
금융당국과의 정면충돌이 벌어진 배경에는 롯데손보의 재정건전성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을 제외하면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손해보험업계 최저 수준이다. 2023년 말 213.2%이었던 K-ICS 비율은 지난해 9월 159.8%로 급락했고, 12월 154.6%로 더 떨어졌다.
한국기업평가는 8일 보고서에서 "감독요건 미충족으로 금융당국의 승인이 거절돼 상환이 지연되는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도 불안정한 상태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2억원으로, 전년(3016억원) 대비 약 92% 감소했다. 롯데손보 측은 지난해 말부터 적용된 '해지율 가이드라인'의 효과를 제외하면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겼을 것으로 보지만, 이 역시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총자산세전이익률은 2024년 9월 기준 1.0%, 최근 3년 평균 수익성은 1.2%였다. 이는 업계 평균인 2.9%보다 낮은 수준이다.
신용평가사들도 롯데손보의 수익성을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경상적인 보험수익성이 다소 열위"하다고, 한국기업평가는 "업계평균 대비 수익성이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K-ICS 비율이 현재 155% 수준으로 높은 상태"라며 "자본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계약자들 자산에 영향 없다"···과연 그럴까
롯데손보는 "상환 자금은 회사 고유자금인 일반계정에서 충당되며, 계약자 자산에 아무런 영향이 없고, 계약자 보호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보험계약자의 자산은 특별계정에서 분리돼 운용되며, 일반계정은 보험사의 운용 영역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계약자 자산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더라도, 보험사의 전반적 지급여력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ICS 비율이 보험사의 전체적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K-ICS 비율은 보험사의 일반계정과 특별계정을 모두 고려하고, 자산·부채·리스크를 모두 반영해 산출된다. 즉, 일반계정에서 자금을 사용해도 K-ICS 비율이 낮아지면, 결국 보험사의 ‘전체 체력’이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융회사는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다가 문제 발생에 대비해 고유계정으로 버퍼(자본 여유)를 갖추는데, 고유계정이니 써도 문제가 없다는 것은 처음 듣는 논리"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감독규정에 따라 지급능력과 자본건전성을 문제 삼았는데, 롯데손보는 계약자 자산엔 영향이 없다는 형식적 논리를 내세우며 채권 조기상환을 강행한 것"이라며 "이러면 감독규정의 존재 이유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롯데손보의 최대주주는 지분 77.04%를 보유한 빅튜라 유한회사이며, 이 회사는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관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롯데손보의 최고경영자(CEO)는 이은호 대표이사로 2022년부터 경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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