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 사옥. /사진=김준하 기자
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 사옥. /사진=김준하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금융감독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을 강행해 논란인 가운데, 롯데손보의 자본건전성 악화 우려와 함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손보는 12일 "(현재 상황과 관련해) 조기상환을 중단하거나 연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계획대로 상환을 진행 중이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금감원과의 마찰 이후 계속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기상환 강행에 대한 입장을 고수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롯데손보, 금감원과 '충돌 또 충돌'

앞서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조기상환 결정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금감원은 지난 8일 입장문에서 "후순위채는 손실흡수 기능이 있어야 하며, 조기상환을 위해선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K-ICS 비율이 150% 미만인 경우에는 조기상환을 위해 다른 후순위채 등으로 차환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3월 말 K-ICS 비율은 150%에 크게 못 미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법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감독당국의 승인 없이 조기상환은 불가능하다"며 "조기상환 강행은 상상조차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롯데손보가 금감원과 마찰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실적 악화를 감추기 위해 예외모형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이는 손해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예외모형을 적용한 롯데손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예외모형은 보험사의 고유 통계나 상품 특성을 반영해 해지율을 가정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원칙모형(계약이 오래 유지될수록 해약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가정에 근거)'을 권장하며, 예외모형은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예외모형을 적용하면 부채가 적게 잡히고, 순익과 보험금 지급여력(K-ICS) 비율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원회도 "예외모형은 경험통계 등 특수성이 입증된 경우만 제한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며 "금융당국은 일관되게 원칙모형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사업보고서에서 "당사 및 해외 유사상품 경험통계 등을 기반으로 통계적 분석을 수행했으며, 예외모형 적용을 위한 통계적 충분성이 확보됐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2024년 12월 기준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K-ICS 비율.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를 제외하면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업계 최저 수준이다. /자료=각 사. 표=김준하 기자
2024년 12월 기준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K-ICS 비율.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를 제외하면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업계 최저 수준이다. /자료=각 사. 표=김준하 기자

◆악화된 자본건전성···손보사 중  K-ICS 비율 최하위권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을 제외하면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손해보험업계 최저 수준이다. 최근 수익성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롯데손보의 자본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예외모형을 적용한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154.6%였다. 이는 전년(213.2%)보다 58.6%p 하락한 수치다. 그런데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이 수치는 127.4%까지 떨어지며,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에 한참 못 미친다. 같은 기간 하나손보는 롯데손보와 거의 비슷한 수치(154.9%)를 보였지만 원칙모형을 적용했다. 

수익성도 문제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2억원으로, 전년(3016억원) 대비 92% 감소했다. 롯데손보 측은 지난해 말부터 적용된 '해지율 가이드라인'의 효과를 제외하면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 역시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총자산세전이익률은 2024년 9월 기준 1.0%, 최근 3년 평균 수익성은 1.2%였다. 이는 업계 평균인 2.9%보다 낮다.

신용평가사들도 롯데손보의 수익성을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경상적인 보험수익성이 다소 열위"하다고, 한국기업평가는 "업계평균 대비 수익성이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제2의 홈플러스 사태' 우려···다시 불거진 사모펀드 논란

롯데손보의 최대주주는 지분 77.04%를 보유한 빅튜라 유한회사로, 이 회사는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관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만큼 금융당국을 무시하는 이례적 결정의 배경에 단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다.

실제로 JKL파트너스는 지난해부터 롯데손보의 매각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에게 2조원대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우리금융이 본입찰에 불참하며 무산됐다. 최대주주가 롯데손보를 매각하려는 상황에서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롯데손보는 다른 보험사와 다르게 지배구조가 재무적 투자자 중심으로 구성돼 장기 안정성보다 주주이익 극대화가 우선되는 구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MBK 사례도 있었던 만큼 롯데손보 조기상환 이슈 점검 과정에서 사모펀드도 같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미 MG손보에서 사모펀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2020년 MG손보의 대주주가 된 사모펀드 JC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자본확충 계획을 제시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MG손보는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MG손보는 조만간 '가교 보험사'로 모든 계약이 이전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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