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사상 최대 86조···HBM·파운드리 회복으로 반도체 영업익↑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14일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12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4조6800억원 대비 158.6%, 전년 동기 대비 31.8% 급증했다. 매출은 86조원으로 8.7%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증권가 컨센서스 약 10조원보다 2조원 이상 웃도는 성적이다.
이번 실적은 반도체 사업의 극적인 회복 덕분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DS) 부문이 6조~7조원대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한다. 2분기 4000억원에 그쳤던 이익이 반도체 경기 반등과 함께 급격히 개선된 셈이다. D램 가격 상승, HBM(고대역폭메모리) 출하 확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적자 축소 등이 모두 맞물리며 반등세를 이끌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DS 부문이 전사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D램은 서버 중심 수요 강세 및 HBM 믹스 개선으로 출하량과 평균판매단가(ASP)가 증가하겠다"며 "파운드리도 가동률 상승 및 수율 개선으로 큰 폭의 적자 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2조원이 넘었던 비메모리 분야의 적자가 이번 분기 1조원가량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3분기 적자 규모는 가동률 상승과 일회성 비용 축소로 2분기 2조9000억원에서 70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열풍이 불붙인 서버 메모리 수요가 삼성전자의 ‘턴어라운드’를 견인했다. HBM3E와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며 고수익 제품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8% 증가해 범용 D램과 함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에 다소 밀렸던 HBM 분야에서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AMD, 브로드컴, 아마존, 구글 등 다양한 AI 반도체 고객사로의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용 5세대 HBM3E(12단) 제품의 품질 인증도 3분기에 사실상 완료돼 출하가 임박했다.
삼성전자는 또 오픈AI의 700조원 규모 초거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고성능·저전력 메모리를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HBM 수요가 내년까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했던 HBM가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내년 삼성전자가 주요 메모리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범용 메모리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HBM 계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외 사업부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스마트폰(MX) 부문은 폴더블 신제품 ‘갤럭시 Z 폴드7·플립7’ 판매 호조에 힘입어 3조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갤럭시 폴드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출하 증가로 1조원대 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TV·가전 부문은 3000억~4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에 머물렀다.
이 같은 실적 개선으로 삼성전자는 2022년 2분기 14조1000억원 이후 3년 만에 10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지난해 2분기(10조4400억원) 이후 5분기 만에 10조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내년 8년만애 최대 실적 달성 전망
삼성전자의 반등세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확산에 따른 서버향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늘고, D램·낸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부문 적자 축소, MX·디스플레이 부문의 안정적 수익성도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MX 부문은 플래그십 제품의 긍정적 판매 흐름으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디스플레이도 성수기에 진입하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비메모리 사업은 가동률 상승과 함께 적자 폭이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은 상반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며 “범용 메모리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서버용 수요가 늘어나 D램과 낸드의 가격 상승 추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에는 ‘슈퍼 호황기’ 수준의 최대 실적도 예고된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70% 늘어 5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한국투자증권은 7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AMD가 내년 하반기부터 오픈AI에 공급할 AI 가속기에 HBM4 물량의 상당 비중을 삼성전자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며 "AMD용 HBM 매출은 올해 대비 최소 5배 이상 증가하고, 엔비디아 HBM4 공급 다변화의 수혜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AI 확산이 HBM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이로 인해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이어지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27년까지 이어질 이 호황 국면에서 다시 글로벌 반도체 1위 위상을 굳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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