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막판 조율 마무리
납입 기간·현금 비율 두고 최종 결단은 정상 몫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이 벌여 온 무역·투자 협상이 사실상 대면 국면을 종료하며, 이제 남은 것은 양국 정상이 내릴 정치적 결단 뿐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가운데)이 22일(현지시간)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오른쪽)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난 뒤 나서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이 벌여 온 무역·투자 협상이 사실상 대면 국면을 종료하며, 이제 남은 것은 양국 정상이 내릴 정치적 결단 뿐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가운데)이 22일(현지시간)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오른쪽)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난 뒤 나서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김종훈 기자 |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이 벌여 온 무역·투자 협상이 사실상 대면 국면을 종료하며, 이제 남은 것은 양국 정상이 내릴 정치적 결단 뿐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협상 마무리 단계로 진입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과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2일 워싱턴 DC의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 약 2시간가량 협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불과 6일 전인 16일 동일 장소에서 같은 인사와 협상을 가진 바 있어, 이번 방미가 막바지 대면 조율의 성격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과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남아 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추가 대면 협상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김 실장은 “만나기는 어렵다. 화상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함으로써, 대면 조율 단계는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뜻을 내비쳤다.

핵심 쟁점은 ‘투자 패키지’ 구조

양국 협상의 중심에는 약 3500억달러(한화 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가 자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항목들이 남은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현금 투자 비율: 미국이 전액 현금 선투자를 요구해온 반면, 한국 측은 부담을 고려해 분할 납입 또는 일부 보증 형태를 제안한 정황이 있다. ▲투자처 선정과 한국의 의견 반영: 한국 측이 투자처 결정 과정에서 일정한 발언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인된다. ▲분할 납입 기간: 한국 측이 매년 일정 금액을 납입하고, 나머지는 보증이나 차입 방식으로 대응하는 안이 언론 보도된 바 있다.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은 미국의 ‘전액 현금’ 요구에 대해 “거기까지는 아니다”고 언급하며, 협상 과정에서 일정한 수위 이상에서 조율이 진행됐음을 내비쳤다.

APEC 정상회의가 분기점

오는 10월 31일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는 이번 한·미 협상에서 사실상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정상의 두번째 회담 기회로 여겨지며, 이 회의를 전후로 합의 체결 여부가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APEC 이전에 협상이 마무리된다면, 이르면 29일께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 내용을 공식화하거나 ‘팩트시트(fact sheet)’ 형태로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역협상 타결 시에는 이미 8월 워싱턴에서 논의된 국방비 증액·동맹 현대화·원자력 협력 강화 등 안보·경제 패키지 발표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타결이 늦어질 경우 이들 발표 역시 지연될 수 있다는 외교안보 소식도 전해진다.

미중 갈등 구도도 작용

이번 협상에는 단순히 한·미 양국 간 무역·투자 조건만을 넘어선 ‘미중 경쟁 구도’가 배경으로 자리한다. 미국 측은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등에 대해 강한 경계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동맹국인 한국과의 결속을 과시하려는 전략적 동기도 작용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APEC 계기 한국과의 타결을 통해 동맹체로서의 안정적 스탠스를 보이고 싶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남은 변수와 전망

남은 과제는 결국 정상급 결단이다. 양국이 실무 협상은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며, 이제는 양국 정상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릴 전망이다.

한국 측이 제시한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2000억 달러를 직접 납입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신용보증 등으로 전환하는 안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으나, 미국 측이 자신의 임기 내(2029년 1월까지) 성과로 삼으려는 구조상 이 안을 받아들일지 여부가 핵심이다. 만약 APEC 이전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화상회의 등을 통한 경로가 남아 있다는 점은 한국 측이 강조한 바 있다.

양국은 지난 22일 워싱턴에서 열린 대면 협의를 끝으로 사실상 협상 종착역에 진입했다. 남은 것은 APEC 정상회의와 그에 맞물린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정치적 결단이다. 투자 규모, 납입 방식, 한국의 발언권 확보 여부 등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지만, 협상 테이블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무역·투자 합의를 넘어 한미 동맹, 미중 전략경쟁, 한국의 대미 경제외교포지셔닝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틀 안에 놓여 있다. APEC 계기에 어떤 형태로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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