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웹툰으로 성공한 사례는 드물어
잘 만든 이야기가 최고의 마케팅

배드 본 블러드/이미지=넷마블
배드 본 블러드/이미지=넷마블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이 게임으로 구현해 성공한 사례는 많다. 반대로 게임에서 웹툰으로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넷마블의 ‘RF 온라인’이 만든 웹툰 '배드 본 블러드'는 몇 안 되는 성공 사례 중 하나다. '게임 원작 웹툰'이라는 역방향 시도임에도 네이버웹툰에서 평균 평점 9.9점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오른 이 작품은 단순한 2차 창작물이 아닌 정교한 트랜스미디어 전략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2025 월드 웹툰 페스티벌에 RF온라인 IP 웹툰 '배드 본 블러드' 출품

24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 지난 19~2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2025 월드 웹툰 페스티벌’에 웹툰 ‘배드 본 블러드(BAD BORN BLOOD)’를 출품했다. 웹툰 제작사인 레드아이스 스튜디오와 함께 ‘2025 월드 웹툰 페스티벌’에서 자사의 ‘RF 온라인’ IP 세계관을 활용한 웹툰 ‘배드 본 블러드’ 단독 부스도 운영했다.

2025년 월드 웹툰 어워즈 본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배드 본 블러드'는 네이버웹툰에서 흥행을 기록하며 넷마블의 IP 재해석 전략의 성공으로 평가 받고 있다.

넷마블은 이 프로젝트를 ‘IP의 재해석’이자 ‘이야기 중심 확장’으로 정의한다. 통상 웹툰·웹소설이 게임으로 변환되는 ‘페이지에서 픽셀로’의 공식과 달리, ‘RF 온라인’은 반대로 ‘픽셀에서 페이지로’ 흐름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게임의 방대한 세계관이 문학적 서사와 시각 예술로 재탄생하며, 오히려 원작보다 더 넓은 팬덤을 확보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신작 출시에 앞서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RF' IP 기반 웹소설·웹툰을 기획, 연재한 것이 RF 온라인 넥스트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넷마블은 2023년 RF온라인의 후속작인 RF온라인 넥스트의 홍보를 위해 '배드 본 블러드'를 출시했다. 배드 본 블러드는 게임 출시에 앞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2월 9일까지 웹소설로 먼저 연재됐다. 웹툰은 2024년 11월부터 연재를 시작해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목요 웹툰으로 연재 중이다.

전작인 ‘RF 온라인’은 2004년 출시된 SF MMORPG로 20년 넘게 전 세계 2000만명 이상이 즐긴 장수 게임이다. 세 종족이 자원을 두고 벌이는 전쟁이라는 명확한 갈등 구조 덕분에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지만, 인물 중심의 서사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서사적 공백’이 오히려 넷마블에 기회가 됐다. 게임이 제공한 것은 완결된 이야기보다는 풍부한 설정과 상상력의 무대였다.

배드 본 블러드/이미지=넷마블

웹소설 누적 조회 650만회, 평점 9.5점 기록

웹소설 집필은 ‘킬 더 드래곤’, ‘바바리안 퀘스트’로 잘 알려진 백수귀족 작가에게 맡겨졌다. 그는 게임의 거대 전쟁 구조 대신 개인의 심리와 정치적 음모가 중심인 밀리터리 SF 첩보물로 장르를 전환했다. 주인공 ‘루카’는 제국의 진실과 맞서며 자신의 정의를 찾아가는 인물로, 인간성과 통제 사회의 모순을 섬세하게 그렸다.

웹소설은 누적 조회 650만회, 평균 평점 9.5점 이상을 기록했다. '게임 홍보'가 아닌 '독립 작품'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를 통해 넷마블은 ‘RF 온라인’ 세계관의 대중성을 입증했다.

이번 성공은 게임 IP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 과거에는 게임 IP의 가치가 주로 캐릭터의 인지도나 게임 자체의 인기에 종속되어 있었다. '배드 본 블러드'는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새로운 주인공과 게임의 주류 장르와는 다른 서사를 전면에 내세워 성공했다. 이는 게임 IP의 핵심 자산이 특정 캐릭터나 스토리가 아니라, 그 '세계관' 자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넷마블은 'RF 온라인'이라는 매력적인 '무대'를 제공하고, 그 위에서 백수귀족 작가와 레드아이스 스튜디오라는 최정상급 크리에이터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았다.

IP 홀더가 단순히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최고의 창작자들을 위한 '세계관 서비스 제공자(World as a Service)' 역할을 수행할 때 얼마나 폭발적인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혁신적인 사례로 평가 받는다.

RF온라인 넥스트/이미지=넷마블
RF온라인 넥스트/이미지=넷마블

RF 온라인 넥스트, 광고비 지출을 넘어 자체 수익 창출

마케팅 비용을 수익 창출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효율성도 보여줬다. 넷마블은 'RF 온라인 넥스트'를 홍보하기 위해 수십억 원의 광고비를 지출하는 대신, 그 비용을 '배드 본 블러드'라는 또 다른 상품을 만드는 데 투자했다.

웹소설과 웹툰은 유료 모델을 통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광고보다 효과적으로 신작 게임을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마케팅 활동이 비용이 아닌, 또 다른 수익원이자 팬덤 구축의 핵심 자산이 된 것이다.

월드 웹툰 페스티벌 토크콘서트에 참가한 정아라 넷마블 IP사업팀 팀장은 "게임 론칭 전에 웹소설을 먼저 공개한 것이 효과적이었다"라며 "웹소설의 댓글창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게임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고 관심이 집중되면서 인지도 형성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게임은 200년 전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설정이 세세하지 않았는데 작가들이 새롭게 창작하는 부분은 세계관과 충돌이 없는 부분은 오히려 정사 편입을 했다"고 덧붙였다.

넷마블 ‘배드 본 블러드’는 게임 IP 확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잘 만든 이야기가 최고의 마케팅'임을 증명했다. 레거시 IP의 세계관을 재해석하고 고품질 창작자와 협업해 독립 작품으로 완성시킨 뒤, 그것을 다시 게임으로 연결하는 구조는 게임 업계가 불러온 새로운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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