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국제선 1% 혼합 의무·2028년 국내급유 90% 규정 예고
美 갤런당 최대 $1.75 세액공제 vs 韓 세제·원료 체계는 보완 과제

대한항공 항공기에 급유되는 GS칼텍스의 지속가능항공유(SAF)./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항공기에 급유되는 GS칼텍스의 지속가능항공유(SAF)./사진=대한항공

| 스마트에프엔 = 김종훈 기자 |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의무화가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아직 HEFA·ATJ·PTL 등 독립형 전용 플랜트 투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SAF 시장이 점점 확대될 경우 항공유 수출 상위권인 한국은 SAF 전환 속도에 따라 수출 경쟁력이 좌우될 수 있다.

문제는 업황과 재무다. 정유 부문 실적 부진과 조(兆) 단위 자본적 지출(CAPEX) 부담이 겹치면서 신중을 가하는 중이다. 정부가 설비투자 최대 25% 세액공제 등 지원을 꺼내 들었지만, 미국과 EU 수준의 경제성 보완과는 간극이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방향은 같지만, 출발선이 다르다"는 얘기다. 

코프로세싱이 현재의 해법···그러나 장래의 한계

국내 정유사들의 SAF 대응은 현재 코프로세싱(Co-processing)이 주류다. 기존 수소처리(HDT) 등 정유 설비에 폐식용유나 동물성 유지 같은 바이오 원료를 투입해 항공유를 함께 생산하는 방식이다. HD현대오일뱅크가 일본 ANA향 SAF 수출에 이어 대한항공 일본 노선 공급을 개시했다. S-OIL은 2024년 ISCC-CORSIA 인증을 확보했고 SK에너지 역시 유럽 수출을 발표하며 초기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확장성이다. 이 방식은 현재의 해법일 뿐 시장이 커지면 장래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국제 표준(ASTM)상 바이오 원료 투입 상한이 5% 부피비(vol%) 내외로 엄격히 관리된다. 이로 인해 최종 항공유의 재생 탄소 함량(바이오 비중) 역시 한 자릿수 또는 낮은 두 자릿수 수준에 머물러 대량 상용화에 불리하다. 여기에 촉매 수명 저하나 품질 관리 이슈도 장기적인 상업 생산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코프로세싱 이상의 독립형 전용 플랜트는 국내에 전무하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일부 보도에서 전용 생산라인이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하지만, 이는 기존 설비 내부 구성을 변경하는 차원에 가까워 HEFA(수소첨가 식물성 오일)나 ATJ(알코올-제트 연료) 같은 대규모 독립형 설비와는 개념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GS칼텍스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인도네시아에서 바이오 원료 확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국내 생산보다는 해외 원료 거점 확보에 먼저 나서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 역시 국내 전용 SAF 플랜트 확정과는 결이 다른 행보로 풀이된다.

충남 서산시 LG화학 HVO 공장 건설현장. /사진=LG화학
충남 서산시 LG화학 HVO 공장 건설현장. /사진=LG화학

정유가 머뭇댈 때, 화학이 꽂은 깃발···LG화학 HVO 원료 허브

국내 정유 4사가 독립형 플랜트 투자에 신중한 사이, 시장의 첫 시작은 석유화학 업계에서 먼저 나왔다. LG화학은 이탈리아 에니와 합작해 충남 대산에 연 30만t급 HVO(수소첨가 식물성 오일) 전용 공장을 짓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시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HVO 허브가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HVO가 플랫폼 원료라는 사실이다. HVO는 그 자체로 완성품이 아닌,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만능 육수'와 같다. 후속 공정을 통해 항공유로 만들 수도 있고, 트럭용 재생디젤로 조정할 수도 있으며, 저탄소 플라스틱 원료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LG화학이 SAF 자체가 아니라 SAF의 핵심 원료인 HVO를 만든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 전략은 어느 한 시장에 종속되지 않고, 항공·트럭·화학 시장 중 수요가 큰 곳으로 유연하게 판매처를 전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유사들이 SAF 전용 공장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동안, LG화학은 기술적으로나 전략적으로 가장 유연한 HVO 카드를 먼저 확보함으로써 국내 SAF 공급망의 원료 밸브를 선점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방향은 같지만, 출발선이 다르다

"방향은 같지만, 출발선이 다르다"는 업계의 호소처럼, SAF 정책과 경제성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 정부는 2027년 국제선 1% 혼합 의무를 시작으로 2035년 최대 10%까지 목표치를 제시했다. 2028년부터는 국내 급유량 90%를 SAF 혼합유로 채우는 강력한 규제도 예고했다. 물론 SAF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시설 투자의 최대 25%, R&D 최대 40% 세액공제를 해주는 지원책도 병행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체감하는 지원 수준은 해외 경쟁국에 비해 아직은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EU는 2025년 2% → 2030년 6% → 2035년 20% → 2050년 70% 의무화(ReFuelEU)로 강력한 수요를 강제하고, 미국은 갤런당 1.75달러의 직접 세액공제(IRA)로 가격 격차 자체를 메워주며 투자를 이끌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2025년 상반기 합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업황 변동성에 노출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자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1조원이 넘는 단독 투자를 결정하기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코프로세싱은 안전장치일 뿐"이라며, "글로벌 수준에 맞는 세제·보조금 지원이 선행돼야만 전용 플랜트 투자가 가능하다"고 업계의 공통된 요구를 전했다.

SAF 확대의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은 원료다. 폐식용유나 지방산 등 바이오 원료의 국내 회수량은 제한적인데,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며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연관이 없음) /사진=롯데케미칼
SAF 확대의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은 원료다. 폐식용유나 지방산 등 바이오 원료의 국내 회수량은 제한적인데,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며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과 기사는 연관이 없음) /사진=롯데케미칼

원료도 걸림돌···해외 거점·공동조달이 해법

SAF 확대의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은 원료다. 폐식용유나 지방산 등 바이오 원료의 국내 회수량은 제한적인데,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며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원료를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하고 관세 감면, 공동 조달 등을 지원책으로 제시한 이유다. GS칼텍스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인도네시아 팜 부산물(POME) 거점을 탐색하는 것 역시, 국내 생산이 아닌 해외 원료 확보 전쟁에 뛰어든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원료난과 비용은 자칫하면 '가격 전가'라는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 SAF는 기존 항공유 대비 2배에서 5배가량 비싸다. 향후 혼합률이 올라갈수록 항공 운임 인상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미국식 생산세액공제나 EU식 직접 보조처럼 가격 격차를 줄여주는 혜택이 병행되어야만 국내 생산에서 국내 급유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SAF 시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정부는 규제를 발표했지만 경제성 혜택은 부족하고, 정유 4사는 업황과 정책 불확실성에 갇혀 전용 플랜트가 부재하며, 그 사이 LG화학은 유연한 원료 허브를 선점해 공급망의 밸브를 쥐게 됐다.

결국 전용 설비의 부재와 정책의 간극이 두 공백을 얼마나 빨리 메우느냐가 한국의 항공유 수출 경쟁력과 SAF 가격 전가 논란의 분기점을 가를 것이다. 정부는 의무화와 세제 틀을 제시했고, 업계는 코프로세싱으로 시간을 번 상태다. 이제 국내 전용 플랜트 FID를 현실화할 세액공제와 원료 체계 완성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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