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조치, 다음달 말까지 추가 적용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7월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4.26% 상승한 배럴당 77.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일일 상승 폭은 2023년 10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이후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거듭하며 70달러 초반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2일 WTI는 전일 대비 3.66% 하락한 배럴당 73.5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간 지속된 만큼 확전 가능성 충격이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 침체 또한 국제유가 상승세를 발목 잡은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달 2일 발표한 고용 지표를 보면 7월 실업률은 4.3%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0월 4.5% 이후 최고치다. 이에 따라 드라이빙 시즌(석유 수요 상승 시기)에도 단기 석유 수요가 하락할 전망이다.
중동과 미국의 양방향 변동성에 국제 유가는 안정세에 돌입했다. 다만 향후 중동 내 확전 가능성으로 정세 불안이 지속되면 정유업계 실적 회복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며 올해 4월부터 불거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해협으로, 전 세계 핵심 원유 운송로다. 국내 수입되는 원유의 70%가량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국제 유가는 급등한다.
문제는 유가가 올라도 정제마진은 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제마진은 제품 가격에서 유가와 비용을 제외하고 정유사가 실질적으로 얻는 순익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 정제마진은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이다.
정제마진은 올해 2분기 들어 4달러를 하회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3.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분기 배럴당 7.3달러 대비 3.8달러 낮아진 수치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해상 운임이 급등해 유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오를 경우 수요가 위축돼 정제마진은 하락한다. 올해 3월 예멘 후티 반군이 수에즈 운하의 이스라엘 상선을 공격한 홍해 사태 이후 한달 간 해상 운임이 45%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지 않아도 중동 정세가 악화되면 공급망이 불안해져 유가가 오를 가능성이 생긴다. 이란 영토가 전쟁 위험에 노출되면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4% 비중이 불확실성으로 유가급등을 겪을 것으로 분석된다.
수요가 높아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은 함께 오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한 고유가는 수요 위축을 불러일으켜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현재 미국발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석유 수요 악재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날 휘발유·경유 등에 대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10월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유류세는 기존과 같이 휘발유는 리터(L)당 164원(20%) 인하된 656원, 경유는 L당 174원(30%) 내린 407원으로 책정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중동지역 긴장 재고조 등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조치 연장 배경을 밝혔다.
다만 국제유가와 가장 밀접한 업종인 정유업계는 당장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세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름 가격도 올라가지만, 기존 인하 중인 상황에서 추가로 시점이 연장되는 것은 큰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평소 상황에서 인하가 됐거나 인하 중에 환원이 됐을 때는 영향이 있겠지만 현재 인하 중인 상황에서 연장되는 것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인하분 축소 규모도 수입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는 정제마진 약세, 유가 하락 등으로 부진했던 전년 대비 올해 2분기 실적 개선세를 보였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정유 4사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8조8563억원, 3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정유사들의 수익을 판단하는 영업이익은 1분기(1조7670억원)와 비교해서 77.6% 하락했다.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정유업계 실적 부진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2분기에 비해 반등해서 개선될 것이라 예상하지만 전망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