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속가능한 포용금융을 위하여

신수정 기자 2023-10-23 07:00:03
출범 두 돌을 맞은 토스뱅크는 경쟁사 대비 10% 이상의 압도적으로 높은 중‧저신용자 비중을 가져가고 있어 인터넷은행업 설립 목적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형도 경쟁사 대비 가파르게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7년 영업을 개시한 케이뱅크보다 높은 이자수익을 거둘 정도다.

이것이 빛이라면 그림자도 있다.  

업계에선 토스뱅크가 중‧저신용자 포용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고금리 이자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체 가능성이 높은 취약차주에게 감당할 수 없는 금리‧한도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무분별하게 대출을 내어주고 높은 이자를 통해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에 대한 의심이다. 

본보 취재 결과, 실제 토스뱅크는 현 직장 재직기간이 2달밖에 되지 않은 직장인에게도 수천만원 한도로 대출심사 결과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중‧저신용 대출 이자 또한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올 8월 취급된 중‧저신용 금리를 합산해 평균한 금리는 토스뱅크가 9.22%로 가장 높았고, 카카오뱅크 7.69%, 케이뱅크 6.87%로 뒤이었다. 

인터넷은행업 시작의 명분이던 ‘중‧저신용자의 금융주권 실현’이 금융시장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이것이 기업윤리 문제라면 기업존속 문제도 있다. 

“최하단의 중‧저신용자까지 포용하면서 연체율을 높게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높은 연체율로 인한 자본 건전성 우려에 대한 토스뱅크의 답변이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토스뱅크의 총여신 연체율은 1.56%로 케이뱅크보다 약 2배, 카카오뱅크보다는 3배 높다.

토스뱅크는 “연체율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감당하면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면 좋은 지적이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은행의 지속성이다. 하지만 지속성이 중요하다면서, 연체율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연체율 따위야 어떻든 우린 지속될 거야'라는 생각은 자만이다. 미국의 은행들이 무너진 게 엊그제 아닌가. 

은행의 지속성은 자산 건전성이 받쳐줄 될 때 가능할 것이다. 외형 성장에만 치중한 채, 건전성을 견인하지 못한다면 은행의 지속성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단 얘기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 포용금융과 건전성이란 두 마리 토끼 앞에 서 있다. 지속가능한 포용금융을 위해선, 무리한 중저신용 목표치 달성보다 건전성 확보가 우선이지 않을까.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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