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매도 차단한 '보이는 손'…제도개선까지 책임져야

신수정 기자 2023-11-10 18:16:06

경제학과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했다. 이 표현은 그의 저서에서 딱 한 차례 등장했지만, 근대경제의 뿌리가 됐고 현재의 자유로운 글로벌 경제시장을 구축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도 개인과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수용해 수십년간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선진시장 진입 문전에서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매도 금지’ 얘기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공매도 전면 재개를 선진국 지수 편입 요건 중 하나로 요구해 왔다. 우리 정부는 이를 역행하고 돌연 지난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결정했다. 게다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금지를 추가 검토하고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한다. 

이번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우리 정부는 철마다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해 주식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해왔다. 스스로 ‘보이는 손’ 역할을 자처해온 셈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전망해 미리 주식을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이를 재매수해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을 내기 때문에 시장의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지만, 무턱대고 주가를 올리는 시세조종을 막는 순기능도 있다. 다만 정부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미리 파는 무차입 공매도를 불법 공매도로 규정, 이를 단속‧적발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의 불법 공매도 의혹이 끊이지 않자 공매도 자체를 차단시켰다. 실제 대통령실은 이번 공매도 금지와 관련해 “자산시장 내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라고 전했다.

금융현업을 비롯해 국내외 여론은 이를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표심용’ 금융규제로만 바라보는 분위기다. 외신 파이낸셜타임스(FT)은 전문가를 인용해 “총선을 앞두고 주식시장 침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응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블룸버그도 “한국 여당 일각에서 공매도에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촉구해 왔다”며 “포퓰리즘적 매력을 가진 공매도 금지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도 ‘공매도 금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을 갖고 있다. 문제 발생의 주원인, 불법 공매도에 대한 논의를 건너뛰었다는 시각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제도와 관련해 개인에게 불리한 제도는 바꿔야한다”면서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와 법령 보완은 뒤로한 채, 덜컥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하는 것은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 역시 “공매도 금지 대환영”이라면서도 “공매도 금지가 끝이 아니라 불법 공매도 엄벌, 공매도 전산화 등 공매도와 관련된 제도 개혁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일말의 희망은 남았다. 김주현 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매도 금지와 관련 한국 증시의 신뢰도 하락 지적에 대해 “빠르게 제도개선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까지 하는 게 대외 신뢰도를 회복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보이는 손’을 자처했으니, 공매도에 대한 제도개선까지 책임지길 바란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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