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3분기 영업익 2304억원...미수금은 증가

영업이익 기록한 것은 미수금 선반영한 착시효과
미수금 적용하지 않을 경우 3분기 미수금만큼 적자
박재훈 기자 2023-11-13 17:12:51
도시가스 미수금이 15조원이상 누적되면서 재무 상황이 어려운 한국가스공사가 올해 3분기에도 2000억원 가까운 미수금이 누적됐다.

가스공사는 13일 공개한 기업설명(IR) 자료에서 올해 3분기 말 기준 도시가스 민수용 미수금이 12조5202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2767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도시가스용 미수금과 발전용 미수금을 합한 전체 미수금 규모는 지난 분기 15조3562억원에서 이번 분기 15조5432억원으로 1870억원이 증가했다.

한국가스공사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는 100억원에 구매한 천연가스를 50억원에 팔 경우 적자분인 50억원을 일단 '외상값' 성격의 자산으로 분류하고 나중에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도시가스용 미수금은 2020년 말 6000억원대였지만 국제 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에 2021년 2조원을 넘겼다. 이어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작년 말 8조5000억원, 올해 상반기 12조원을 넘기는 등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3분기 수익 감소 원인으로 미수금 확대에 따른 차입금 증가와 이자율 상승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를 꼽았다. 가스공사의 3분기 금융 손실은 1조238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4488억원과 비교하면 2.4배로 증가했다.

가스공사는 동절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도 수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동절기 취약계층에 대한 도시가스 요금 지원을 기존 9만6000원에서 최대 59만2000원으로 6배 이상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가스공사는 이런 정부의 정책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30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0.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매출은 7조889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6.5% 감소했다. 순손실은 162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줄였다.

가스공사가 미수금이 많이 누적돼 있음에도 영업이익을 낸 것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미래의 매출인 미수금을 수익으로 미리 반영했기 때문에 착시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수금을 적용하지 않는 일반적인 회계 기준을 적용하면 가스공사는 3분기에 미수금 규모만큼의 적자를 본 것이 된다.

서울 시내 주택단지에 설치된 가스계량기들. /사진=연합뉴스


가스공사의 경영 상황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원가보상률이 80%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부채가 늘어나는 것에 더해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에너지 원자재 수입 가격 인상, 요금 인상 압박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의 경제부담을 고려해 가스요금 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8일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스요금을 동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해부터 총 5차례 걸쳐 가스요금을 45.8% 인상해 국민 부담이 매우 커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 차관은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나 재무구조를 면밀히 보면서 앞으로 종합적으로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해 내년 요금 인상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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