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89)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2세대 항공사 ⑥

2023-12-06 05:36: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대한항공은 2008년 1월23일 설립자본금 200억원으로 100% 자회사인 에어코리아 법인 설립을 마치고 김포~제주 노선에서 운항준비에 들어갔다. 초대 대표이사에 김재건 LCC추진테스크팀장(상무B)을 임명한 대한항공은 "에어코리아 출범으로 대한항공은 고급시장에 주력하고, 늘어나는 저가항공시장의 수요는 에어코리아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시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법인 설립 후 세 달도 채 안된 4월7일 국토부로부터 정기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면서 4번째 K-LCC로 인가를 받자마자 회사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공채 공고부터 냈다. 조종사, 정비사, 객실승무원은 대한항공에서 파견된 인력을 주로 이용했고, 신입 객실승무원에 대해서는 신규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객실승무원 면접 복장이 화제가 됐다. 2008년 4월 24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객실승무원 면접을 실시했는데 복장을 청바지에 티셔츠, 스니커즈 운동화 차림을 채택했다. 젊고 새로운 감각의 '실용 프리미엄 항공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율복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객실승무원 면접에서는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정장스커트를 입고 검은 구두를 신는 게 불문율이었다.

에어코리아는 또 해외 선진 LCC를 벤치마킹해 선착순탑승제, 인터넷예약제, 1인다역 시스템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먼저 타는 사람이 원하는 좌석에 앉을 수 있는 선착순탑승제는 K-LCC로서는 최초로 시행하는 것이었다. 이에따라 3개 좌석구역으로 나눠 공항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원하는 좌석에 앉도록 했다. 또한 100%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항공권 예매시스템을 구축해 2008년 6월중순부터 예매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국내항공사 최초로 도입하는 방식으로 콜센터를 없애 원가를 낮추겠다는 전략이었다.

CI작업이 마무리된 2008년 6월15일 회사이름을 진에어(Jin Air)로 바꾸고, 서울 명동에서 나비 모양의 CI와 객실승무원 유니폼 등을 공개하는 외부 홍보행사를 열었다. ‘프리미엄 실용항공사’를 표방하고, 취항일을 2008년 7월17일로 정했다. 대한항공은 “진에어 사명(社名)에는 ‘참되고 바르다(眞)’는 기본적인 의미 외에 실용성을 상징하는 영어단어 ‘진(jean)’의 뜻도 함께 내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진에어와 함께 하는 더 나은 비행'을 뜻하는 'Fly, better fly_Jin Air'를 슬로건으로 형광 배경에 파란색과 보라색 나비날개가 그려진 로고를 선보였고, 객실승무원 복장은 청바지와 티셔츠로 정해 ‘지니(JINI)’라는 애칭을 붙였다. 이는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여행을 즐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종사에게는 ‘지니 파일럿’, 객실승무원은 ‘지니 플라잉메이트’, 운송직원과 정비사는 ‘지니 그라운드스태프’라는 애칭을 붙였다. 은색을 기본으로 항공기 밑면과 꼬리날개에 연두색이 칠해져 노랑나비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떠올리게 디자인한 B737-800 항공기도 처음 공개했다.

2008년 6월17일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진에어를 아시아 최고 프리미엄 실용항공사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첫 노선이 될 김포~제주 운임은 기존항공사 대비 80% 수준으로 편도기준 기본운임은 6만9000원, 성수기운임은 8만9700원이라고 덧붙였다. 또 주중, 주말로 구분되는 기존항공사 운임과 달리 시간대에 따른 할증요금을 도입, 주말에도 시간대에 따라 주중보다 더 싸게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2008년 7월17일 오전 김포공항 국내선청사에서 취항식을 갖고 김포~제주 노선에서 운항에 들어갔지만 초기 상당기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생각만큼 탑승률이 오르지 않았다. 진에어가 대한항공의 자회사일 뿐 진에어가 대한항공은 아니었다. 모회사의 후광을 믿고 K-LCC 시장에 거침없이 들어갔지만 진에어는 후발 K-LCC일 뿐이었다. 취항이후 수개월째 탑승률이 50%를 넘기기 어려웠다.

당시 진에어의 취항 초 어려움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봤다. 첫째는 일반 소비자에게 진에어 홍보가 부족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진에어라는 이름 자체가 생소했다. 이런 항공사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둘째는 진에어 말고도 대체항공사가 많았다. 진에어는 김포~제주 노선에서 신규 수요 창출을 거의 하지 못했고, 기존 수요를 빼앗아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대한항공이 조기에 구원투수로 나섰다. 2008년말 대한항공은 진에어의 항공권 판매를 대행해주는 총판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라 대한항공 영업에서 직접 나서서 진에어 대리점영업의 상당부분을 담당했다. 대한항공이 영업을 담당하고, 진에어는 운송을 하는 구조가 되었다. 대한항공은 두 항공사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밝혔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절반의 탑승률에도 못 미치는 등 고전하고 있는 진에어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았다.

진에어는 2008년 12월31일 대한항공과 마케팅 제휴를 통해 국내선 항공사업에서 양사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고 공식발표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항공운송총대리점(GSA)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점 공동영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이긴 하지만 운항 초기에 두 회사는 독자 영업을 통해 각 사의 상품을 별도로 판매해왔지만 이후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폭넓은 영업망을 통한 직접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또한 김해공항 탑승수속도 대한항공에서 대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K-LCC업계는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이 같은 관계를 두고 부러움과 질시의 의미로 ‘한 지붕 두 가족’을 빗대 ‘두 지붕 한 가족’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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