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 요소수 논란,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쳐

박재훈 기자 2023-12-08 09:38:57
정부가 2년 전에 주어졌던 숙제를 벼락치기로 풀어내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중국이 차량용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면서 2년 전 불거졌던 요소수 대란 악몽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국민들은 2년전의 트라우마로 요소수 확보를 위한 사재기에 나서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요소수 비축분이 충분하고 공급처를 다양화해 대응하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당부를 전했다. 하지만 여전한 불안감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중국 의존도를 전혀 낮추고 있지 못하고 안일하게 보냈다는 방증이 되고 있다.

중국 관세청에 해당하는 해관 총서는 지난 30일 중국 현지 기업이 한국 기업에 수출하려하는 산업용 요소수 수출을 보류했다. 이에 정부는 합동 요소 공급망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후 발표로 정치적인 배경이 없다고 밝혔었다.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직원이 진열된 자동차용 요소수를 정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언론에서 사안을 다루기 시작하니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3.7개월의 비축분이 있다며 안심하라고 했지만, 요소수에 대한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 것이 문제다.

2021년 말 요소수 대란이 발발했을 당시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은 71% 수준이었다. 당시 정부는 공급처를 다변화해 비중을 60%대 까지 내렸지만 값싸고 질좋은 중국산 요소수에 대한 의존도는 다시 높아졌다. 올해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은 90%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경각심을 가지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 제3국으로 요소수 수급처를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2년 전 처럼 되풀이식 언 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이다. 또한 사태에 급급해 내놓는 처방이 꾸준히 지적받고 있는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정부는 중국 외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의하고 있고 일본, 베트남 등 국가로 공급처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장기적 플랜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 등에서 기업들이 요소를 도입할 경우 운송비 등의 문제로 인해 중국산 대비 10~20% 비싼 값을 내야한다. 

기업들이 이번과 같은 리스크를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외 국가에서 요소를 수입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은 결국 국민 혈세 투입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요소를 다시 국내 생산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요소의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서 요소의 원료인 암모니아도 국내 생산이 아닌 전량 수입으로 공급 방침을 바꿨었다. 그러나 국내 생산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현실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다만 지금이라도 요소수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자생력을 키워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웃국가인 일본의 경우 암모니아를 80%자체 생산해 유사시 리스크 대응에 우리나라보다 수월한 편이다. 또한 일본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다변화해 호주, 인도네시아, 대만 등의 국가에서 요소를 확보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없었기에 이번 사태를 해결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 국민들에게 요소수 사재기 자제를 당부할 것이 아니라, 중국발 리스크에 대한 제도적 장치, 공급처 다변화 등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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