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원, 권도형 韓 송환 결정…미국행 무효화로 형기 줄어

범죄인 인도 요청 순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
신수정 기자 2024-03-08 10:00:44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몬테네그로 법원이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한국행이 결정되면서 미국으로 인도될 때보다 최소 60년가량 형기가 줄어들게 됐다. 

7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보도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달 21일 권씨의 미국 인도를 결정했지만,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약 2주가 지난 이달 5일 이 같은 결정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최종 결정했다. 

권씨의 한국 송환 결정은 권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재심리를 명려한 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쟁점은 미국과 한국 중 어느 쪽이 먼저 범죄 인도를 요청했는지였다.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와 범죄의 중대성, 범행 장소, 범죄인의 국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도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었다. 

고등법원은 미국 정부 공문이 한국보다 하루 더 일찍 도착했다고 봤지만, 항소법원은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 정부 공문에는 권씨의 임시 구금을 요청하는 내용만 담겨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보기 어렵다는 관점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의 공문은 하루 늦게 도착했지만 범죄인 인도 요청서가 첨부됐다고 알려졌다. 

앞서 권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범죄인 인도에 관한 법과 국제 조약들을 보면 그는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인도 요청 시점이 미국보다 앞섰고, 권씨의 국적이 한국이란 점을 근거로 들었다. 

권씨의 한국행이 결정되면서 보다 미약한 양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미국의 경제사범 최고 형량은 각각 약 40년과 100년 이상으로 최소 60년 이상 차이가 난다.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보다 형량이 크다. 이런 이유로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 피해자들은 권씨가 한국보다 미국에 인도되길 희망했다.

권씨가 재항소하지 않는다면 항소법원의 판결대로 일주일 안으로 한국으로 송환된다.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22일에는 한국행 비행기를 탑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씨와 함께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돼 먼저 국내로 송환된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법원 결정 이후 송환까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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