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05)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 2세대 항공사_인천항공~인천타이거항공

2024-04-17 04:10:03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인천시가 ‘작정하고’ 추진한 ‘인천항공’ 혹은 ‘인천타이거항공’이란 신생항공사로 인해 국내 항공업계가 크게 요동친 적이 있다. 인천시의 항공사 설립 역사는 한성항공과 제주항공 등이 잇달아 설립된 2005년에 시작됐다. 인천시는 2005년 9월30일 ‘항만물류도시 개발방안 보고회’에서 영종지구를 국제적 특성화도시로 건설하기 위한 8대 시책사업의 하나로 2006년부터 항공사 설립에 착수하고, 항공 물류 관련기업의 본사 유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인천시가 계획한 항공사는 비행시간 5시간 이내의 근거리 국제선 및 국제선 환승이 용이한 국내선 중심의 LCC였다. 즉, 부산이나 제주 등에서 외국에 나가려면 일단 김포공항을 거쳐 다시 인천공항까지 가야 하는 경제적·시간적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제주∼인천, 부산∼인천 등의 노선을 운항한다는 것이었다. 인천시가 모델로 삼은 K-LCC는 제주항공(제주도)과 한성항공(청주)이었으며, 향후 국적항공사 컨소시엄을 통한 제3섹터 방식의 항공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었다. 인천시는 이를 위해 2007년 항공사 설립을 위한 민관협력 MOU 체결을 추진하고, 2010년 자본금 500억∼1000억원을 들여 가칭 ‘인천지역민항’ 또는 ‘인천민항’을 설립하고, 건설교통부의 허가를 받아 2012년부터 본격 운항에 들어간다는 장기플랜을 내놨다.

인천시는 이후 K-LCC업계가 급성장하자 2007년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설립을 추진하고 있던 항공사의 명칭을 ‘인천항공’으로 정하고, ‘동북아 지역을 취항하는 지역항공사(Regional Carrier)’로 일부 성격을 바꿨다. 또한 취항시기를 애초의 2012년 계획에서 2년 당겨 2010년으로 설정했다.

인천항공 운영과 항공기 정비 등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지분참여를 유도하는 것으로 검토했지만, 싱가포르 국적의 타이거항공이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표함에 따라 타이거항공을 합작사업사로 잠정 결정했다. 2003년 설립된 타이거항공(Tiger Airways)은 싱가포르항공 자회사 LCC였으며, 2017년 스쿠트(Scoot)항공에 합병되면서 지금은 없어졌다.

인천시는 2007년 10월24일 지역항공사 설립에 사업제안서(LOI)를 제출한 국내외 5개 업체를 대상으로 협상을 벌인 결과 가장 적극적인 타이거항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인천항공의 초기자본금은 정기항공사 면허 조건인 200억원으로 하고, 지분비율은 인천시 11%, 인천관광공사 20%, 인천교통공사 20%, 타이거항공 49% 등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인천시가 산하기관까지 포함한 지분 51%와 타이거항공 49%로 짰지만 이날 합의된 인천항공은 K-LCC라기보다 싱가포르(Singapore)의 S-LCC였다. 인천시는 국내 항공법에서 ‘국적항공사는 외국인 및 외국회사가 과반을 넘기지 못한다’는 제한규정을 피했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명백히 입법취지를 벗어난 판단 오류였다.

국내 항공법에서 규정한 국적항공사 지분제한은 매우 엄격하게 ‘해당항공사를 사실상 누가 지배하느냐’를 따지는 규정이다. 따라서 항공사 운영에 관한 전문성이 없는 인천시가 아닌 타이거항공이 인천항공을 실제 운영하면 법 규정을 명백히 어기는 셈이었다. 이는 에어아시아그룹이 국내 항공사 혹은 국내기업과 합작으로 ‘에어아시아코리아’를 설립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고, 부산항공이 설립 초에 대만 부흥항공과 합작을 검토했다가 곧바로 계획을 바꿔 아시아나항공의 손을 잡고 에어부산으로 확장시킨 것 등에서 관련성을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시 안상수 시장과 타이거항공 토니 데이비스 회장은 2008년 1월24일 영종도 하얏트호텔에서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위한 주주협약을 체결했다. 인천시는 타이거항공과 공동으로 2008년 1월31일 인천타이거항공(Incheon-Tiger Airways)의 법인 설립 등기까지 마쳤다. 지분비율은 인천시 49%, 타이거항공 49%, 인천교통공사 2% 구조였다. 취항예정일은 2008년 11월로 정했다.

국내 항공업계는 인천타이거항공을 두고 혼연일체(?)가 되었다. 가장 크게 반발한 곳은 대한항공이었다. 인천지역 LCC일 뿐인 인천타이거항공에 제주항공이 아니라 대한항공이 나서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그 뒤에 싱가포르항공이 있기 때문이었다. 싱가포르항공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항공의 주요 경쟁자였다. 대한항공은 인천타이거항공이 아닌 싱가포르항공이 국내 항공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반드시 막아내야 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영남에어 등 당시 K-LCC 4개사는 2008년 8월25일 국토해양부에 인천타이거항공의 항공운송사업 면허 불허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공동으로 제출했다. 이들 4개사는 탄원서에서 “인천타이거항공은 사실상 싱가포르정부의 자본으로 국내에 설립되는 항공사인 만큼 외국항공사에게 국내 항공시장을 내주는 격”이라며 ‘항공주권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K-LCC 4개사의 공동탄원서는 진에어가 주도했지만 그 뒤에는 대한항공이 있었다.

인천시는 결국 2008년 12월30일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포기하고 특수목적법인(SPC)을 해산하면서 짧은 생을 마감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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