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싼 물가 총선 후 더 올랐다

홍선혜 기자 2024-04-23 11:34:40
4.10 총선이 끝나고 약 2주가 흘렀다. 이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었던 것은 유통·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이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시즌마다 서민들의 피부에 가장 크게 와 닿는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한다. 최근 러시아 및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물가가 크게 올랐고, 정부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두더지 잡기식 압박을 지속해왔다. 

총선이 끝나자 기업들은 미꾸라지가 빠져나가 듯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정부가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누렸던 기업들까지 가격 인상에 합류하며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졌다.

홍선혜 기자
이러한 상황에 소비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업체 중 하나가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 12일 총선이 끝나자마자 유료 멤버십 와우회원 가격을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했다. 쿠팡은 새벽배송 로켓배송 등을 앞세워 단숨에 유통 시장 1위로 올라선 국내 유통업계의 대장주다. 지난해 영업이익 6174억원을 찍으며 설립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침체된 경기 속에서도 날아오른 것이다.

그러나 고물가속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서민들에게는 2900원도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쿠팡은 와우 회원대상으로 무료배송이나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혜택을 비교적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는 것은 가격 인상 시기 탓이다. 쿠팡을 기점으로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구독료를 줄 이어 인상할 우려도 제기된다. 

쿠팡 뿐 아니라 유통 및 식품 업계의 가격 인상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총선이 끝나자 서로 약속한 듯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5일 굽네치킨과 파파이스코리아가 치킨 값을 줄 인상했고 롯데웰푸드는 코코아값이 폭등했다는 이유로 초콜릿류 가격을 약 12% 올렸다. 

이렇게 된다면 치킨 프렌차이즈와 코코아를 사용하는 제과. 제빵 업계에서도 가격인상이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최근에는 공산품가격까지 오른다고 예고된 상태다.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고스란히 떠받아야 하는 건 소비자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기업들이 왜 가격 인상을 감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다. 

중동 정세 불안 및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고 코코아 선물가격은 톤(t)당 1만559달러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는 t당 4663달러(1977년 7월 20일)인데 올해 1월 이를 47년만에 경신한 이후 연일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엘니뇨 등 기상 이변과 카카오 병해로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국가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는 지난해 코코아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다. 

사실 원자잿값 같은 본질적인 부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언젠가 식음료 가격은 분명히 오를 것이고, 서민들은 한꺼번에 가격인상의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총선 전 유통업계 내외부에서는 “원재료 값이 오른 상태에서 정부가 압박을 지속한다면 언젠간 가격은 반드시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알리, 테무 등 초저가를 무기를 내세운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유통시장의 메기로 파고들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대형마트나 이커머스가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정부의 역할이다. 가격 동결에만 초점을 맞춰 기업을 압박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가격 조정을 위한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한다. 본질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의 기싸움에 등 터지는 건 서민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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