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에 발목 잡힌 쿠팡…7분기 만에 적자전환

1분기 영업익 61% 급락...파페치 손실 등 원인
홍선혜 기자 2024-05-08 11:03:14
2년 연속 연간 흑자 달성을 기록했던 쿠팡이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61% 급락하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C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의 공세와 더불어 자금 65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에서 손실을 본 모양새다.

지난 2021년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 사진=쿠팡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 쿠팡은 8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4000만달러(약 531억원·분기 평균 환율 1328.45원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677만달러)보다 61% 감소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2022년 3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순이익 흑자를 내왔다. 지난해 1분기에는 9085만 달러(1160억원) 당기순이익 기록했지만 올 1분기 2400만달러(약 319억원)로 손실이 발생하면서 7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상품 및 물류 투자비용 반영...파페치 손실도 포함

쿠팡은 상품·물류 투자 비용이 반영되면서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쿠팡은 3년간 신규 풀필먼트(통합물류)센터 확보와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투자 역시 C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점에서 중국 플랫폼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회사 측은 지난 1월 인수 완료한 파페치에서 발생한 손실이 포함돼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파페치 실적이 반영된 성장사업 분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1분기보다 4배 정도 불어난 24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중 파페치가 411억원의 손실금액을 차지했다. 여기서 세금을 제외한 손실 규모는 1501억원에 달한다. 

월가는 당기순이익을 1400억 원 안팎으로 예상했고 1분기 쿠팡 실적을 ‘어닝 쇼크’(실적 충격)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뉴욕증시 장 마감 후 이뤄진 실적 발표 직후 쿠팡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6∼7% 하락하기도 했다.

매출은 71억1400만달러(9조4505억원)로 28% 늘었다. 분기 매출이 9조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의 매출이 64억9400만달러(약 8조6269억원)로 20% 증가했다.

아울러 올해 처음 실적에 반영된 명품 플랫폼 파페치와 쿠팡이츠·대만 사업 등 성장사업 매출은 6억2000 만달러(약 82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4200만달러·약 1813억원)의 4.5배로 늘었다. 이는 2억8800만달러(약 3825억원)에 달하는 파페치 매출 합산 효과다.

쿠팡에서 제품을 한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인 '활성 고객 수'는 2150만명으로 지난해(1860만명)대비 16% 증가했다. 이는 쿠팡이츠만 쓰는 고객을 제외한 프로덕트 커머스 기준이다. 프로덕트 커머스 기준 활성 고객 1인당 매출도 315달러(약 41만8460원)로 3% 늘어났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상장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수익 보다는 투자로 

흑자전환 후 수익 창출을 내세웠던 쿠팡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C커머스의 급성장으로 수익 확보 보다 투자 확대에 경영 전략을 집중키로 했다. 중국 플랫폼들이 초저가 전략으로 고객을 빼앗아 가면서 성장하자, 쿠팡의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8일 쿠팡 실적 발표후 김범석 의장은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은 업계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과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빠르게 다른 쇼핑 옵션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며 "최고의 상품과 가격, 서비스로 매번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편으로 쿠팡은 앞으로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산 제조사 상품의 구매와 판매 규모를 지난해 130억 달러 (17조 원)에서 올해 160억 달러 (22조 원)으로 늘리고, 와우 멤버십 혜택 투자에 지난해(4조 원·30억 달러)보다 늘어난 40억 달러 (약 5조 5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 제품 구매·판매액을 지난해 130억달러(약 17조원)에서 올해 160억달러(약 22조원) 으로 늘리면서 국내 중소 제조업체가 로켓배송 인프라를 통해 더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또 무료배송·반품, 할인쿠폰 제공 등 와우 멤버십 혜택 규모도 지난해 30억달러(약 4조원)에서 올해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쿠팡이 국내산 제품에 16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C커머스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편 와이즈앱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올해 3월 알리와 테무의 합산 이용자는 1683만7000명으로 쿠팡 이용자(3090만8000명)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