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R&D 경영권 확보”·노동계 “노동권 후퇴”
정치권도 반도체특별법 법안 처리 놓고 옥신각신
업계 전문가 “법안 처리 지연 시 국가적 위험 확대”

반도체특별법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의 공방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국가 전략 산업의 미래'와 '노동자의 권리'가 정책 결정의 양대 축으로 부상했다. 법안과 관련한 재계와 노동계의 첨예한 대립이 정치권으로 번지며, 이 법안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느냐에 따라 산업 경쟁력 확보 역량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특별법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세제 혜택, 노동시간 유연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이다. 지난해 말부터 국회에서 본격 논의됐다. 

이 법안은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지원과 R&D 인력의 근로시간 유연화를 핵심으로 한다. 주요 경쟁국들의 적극적인 산업 지원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게 중론이다.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7일 정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재계와 여당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쟁에서 생존하려면 주 52시간제 유예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딥시크’ 쇼크로 급변한 시장 환경에서 미국·대만 등 경쟁국들이 연구 인력의 시간 제한 없이 투자하는 현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특정 개발 단계에서 3~4일 연속 야근이 불가피하다며 현행 ‘특별연장근로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쟁국 대비 유연한 근무 체계가 경쟁력 유지의 핵심”이라는데 이들 기업의 주장이다.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장시간 노동이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영 실패를 노동자 희생으로 메우려는 꼼수”라고 반박한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설문에서는 연구개발직의 90%가 주52시간 예외 반대 입장을 밝혔고, 양대 노총은 이 법안을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는 악법’으로 규정하며 즉각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동시간 연장이 장기적으로 인력 유출로 이어져 오히려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내 노동계 출신 의원들은 “법 제정 시 노동기본권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경 반대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주52시간 조항을 분리해 나머지 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측의 타협점 모색을 위해 제기된 대안은 특례 적용 기간 한정(2~3년), 초과근무 수당 가산율 대폭 상향, 노사협의를 통한 엄격한 감독 체계 구축 등이다. 특히 현행 근로기준법 제53조의 ‘특별연장근로제’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주장과 별도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의 핵심 조항을 배제한 법안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주요국들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직접 보조금 지원과 노동시간 유예 정책을 시행 중이다. 미국은 칩스법(CHIPS Act)을 통해 520억달러(75조2900억원)의 보조금을 투입했고, 대만과 중국도 R&D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제한을 완화하며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 주 52시간제로 인해 경쟁사 대비 기술 개발 지연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반도체특별법을 통해 직접 보조금 지원과 근로시간 유연화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적 관점에서 미국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출 규제와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 속에서 법안 처리 지연은 국가적 위험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반도체특별법의 시급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주요국이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안보 차원에서 지원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반도체클러스터 조성과 전력 지원 등 인프라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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