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143만대 수출 韓 비상
현대차·기아, 대미 수출액 19% ↓
한국GM, 가격 경쟁력 저하 전망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아마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공장 3곳을 모두 가동해도 120만대에 이르는 한국산 자동차는 관세를 피하기 어렵다.
당초 업계에서는 10%의 관세를 예상했는데 2배를 웃도는 25%라는 수치가 나오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20일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자동차(승용차·경량트럭) 수입은 전체 판매량의 절반 정도인 약 800만대로 2435억달러(약 351조원)에 달한다. 그 중 한국은 멕시코에 이어 미국 자동차 수입국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347억4400만달러(약 50조원) 규모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대수로는 143만대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체 대(對)미 수출의 27%를 차지한다.
반면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미국산 자동차는 4만7190대에 그쳤다. 한국이 수입하는 차량의 전체 판매량 26만3288대의 15.5% 수준이다. 주로 중국에서 생산돼 들어오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1만1129대(4.2%)로 줄어든다.
미국 공장 가동해도 한계…한국GM의 위기
국내 완성차 업계는 무역적자를 빌미로 관세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의 화살이 한국을 향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내서 생산된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거의 없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이나 FTA 체결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25%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자동차 관세 면제를 받은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에 미국 시장 내 경쟁력 차이가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대미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연간 총수출액이 전년 대비 18.59%(약 64억달러, 9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관세 20% 부과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최대 19%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기아와 한국GM은 지난해 미국에 각각 97만대, 41만대 가량 수출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체 판매량은 170만8293대로 그 중 59.3%를 한국에서 생산했다. 여기에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수입하는 물량(약 15만대) 등을 더하면 관세에 포함될 차량이 100만대 이상이 해당된다.
현대차그룹은 중장기적 방침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장 수출물량을 전부 현지 생산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풀가동 한다고 해도 부족하다.

한국GM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GM은 현대 GM의 소형차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차 10대 중 9대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으며 그 중 약 90%의 분량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소형차의 핵심은 가격 경쟁력이기 때문에 관세 폭탄을 맞게되면 한국GM의 경쟁력이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관세를 시행하면 한국 생산시설 철수 명분을 더해주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및 투자 확대라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전망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 1기 때 관세를 25%로 올리겠다 했지만 현대차그룹이 공장 설립을 약속하면서 한·미 FTA 예외 조항을 통해 낮춰준 바 있다"며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쿼터제로 연간 관세를 점차 낮추는 방안 등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