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총에너지 소비 14.4%↓
"줄이는 것이 발전"···에너지 효율·수요관리 전면 강화
수소경제·스마트그리드···에너지산업 새판짜기

 

이미지=SK텔레콤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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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화는 선택이 아니다. 비용 절감, 기후 대응, 수출 경쟁력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수단이며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다. 생산비 절감, 에너지 수입 의존도 축소, 글로벌 탄소규제 대응력 강화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철강·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구조다. 에너지 집약도는 OECD 상위권, 1인당 소비는 독일보다 두 배나 높다.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야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탄소세 도입 등 외부 충격에 맞설 수 있다. 정부도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 38% 개선, 총에너지 소비 14.4% 감축을 목표로 세웠지만 이미 미국이나 EU는 데이터센터 전력 재생에너지 의무화, 스마트그리드 구축, 고효율 설비 의무 도입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스마트에프앤은 창간 7주년 기획특집으로 에너지 효율화가 왜 국가경쟁력인지를 구체적 사례와 데이터로 입증하고 AI시대의 전력 위기, 지역 요금제 개편, 분산형 에너지 거래, 정부의 미래 전략, 금융권의 대응, 산업별 혁신 사례까지 심층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편집자주]

정부가 제시한 중장기 에너지정책 청사진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계 부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 '탄소중립 녹색성장 전략(2030)',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발표하며,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에너지 체계 개편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정책의 공통 키워드는 ‘효율화·수요관리 강화, 청정에너지 확대, 신에너지 산업 육성’이다. 에너지 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중심으로 한 저탄소 전력믹스를 구성하며, 수소경제와 스마트그리드 같은 신산업을 미래 에너지체계의 핵심축으로 삼는 구상이다. 에너지 효율화는 가장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라는 인식 아래, 정책 우선순위가 공급 확대에서 수요 효율화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총에너지 소비를 전망치(BAU) 대비 14.4%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는 에너지공급자효율향상의무제도(EERS)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EERS는 전력이나 가스 공급자가 고객의 에너지 절감을 유도해야 하는 제도로,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시행 중이다. 국내서도 한전이 스마트미터 보급, 고효율 설비 지원 등을 통해 전력 절감 실적을 달성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고리원자력-신고리1,2호기 [사진=한수원]
고리원자력-신고리1,2호기 [사진=한수원]

"줄이는 것이 발전이다"···에너지 효율과 수요관리 전면 강화

수요관리 강화도 병행된다. 전기 사용이 몰리는 시간대에 요금을 높이고 평시에는 소비 절감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의 수요반응제도(DR)가 본격화되고 있다.

공공기관은 고효율 설비 교체를 의무화하고 건물 부문에서는 그린리모델링과 스마트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도입 지원이 확대된다. 교통 부문에서도 전기차 보급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 확대, 차량 공유 활성화 같은 수요 분산 전략이 병행된다. 효율화 전략은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발전소 건설을 최소화하고 전력망 부담을 줄이는 수단이다.

정부는 이런 조치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발전소 증설을 대체할 수 있으며,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에너지 저소비 고효율 구조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는 탄소배출이 높은 석탄 중심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저탄소 전원믹스로 재편할 계획이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 발전량 구성은 원자력 32.4%, 재생에너지 21.6%, 천연가스 22.9%, 석탄 19.7%, 수소·암모니아 2.1%로 설정됐다. 원전 비중은 상향 조정된 반면, 재생에너지 목표치는 다소 하향 조정됐지만, 달성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2036년에는 원자력 비중이 34.6%, 재생에너지가 30.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발전은 노후 설비 폐지와 허가 제한으로 퇴출 수순에 들어간다. 천연가스 발전도 무탄소 연료 기술 도입을 전제로 신규 건설이 허용된다. 정부는 전력부문에서만 2030년까지 45%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로 2028년까지 석탄발전량이 LNG발전량에 역전되도록 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사진=LG엔솔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사진=LG엔솔

수소경제·스마트그리드···에너지산업 새판짜기

새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는 탄소중립을 견인할 전략 자산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 발전 비중을 2%까지 확대하고, 연간 청정수소 공급 194만 톤, 수소차 30만 대 보급, 수소충전소 660기 설치 등을 추진 중이다.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CHPS)도 도입해 발전공기업에 수소·암모니아 발전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5% 암모니아 혼소, 1% 수소 혼소를 실현하고, 2050년에는 석탄과 LNG 발전을 수소·암모니아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호주, 중동 등과 청정수소 도입에 협력하고 인천 등 국내에는 대형 액화수소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연료전지, 수전해, 수소터빈 등 핵심기술 개발에도 향후 5년간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에너지전환의 이음새 역할을 맡는다. 2030년까지 전기차 400만 대 시대를 대비해 양방향 충전(V2G) 인프라를 구축하고 5GW 이상의 대용량 ESS를 배치할 계획이다. AI 기반 수요예측, 실시간 요금 신호 기반 수요반응 등 지능형 전력망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며,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법 개정도 완료됐다.

에너지 안보와 기술혁신 투자도 늘어난다. 해상풍력 20GW 보급, 비축 확대,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고 탄소포집(CCUS), 저탄소 시멘트, 수소환원제철, SMR 등 혁신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강·시멘트 같은 감축 곤란 산업의 공정 전환 기술도 전략적으로 육성된다.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은 '효율 우선, 청정 확대, 신산업 중심'으로 요약된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고, 공급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수소경제와 스마트그리드, ESS는 새로운 동력이자 산업 생태계 전환의 열쇠다.

전문가들은 "고에너지 소비 산업구조에서 고효율·청정에너지 체제로 전환할 마지막 기회"라며 기술혁신과 제도 정비, 그리고 사회적 수용성을 모두 아우르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대전환은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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