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에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전력망 확충 지연으로 10GW에 달하는 발전이 전력망 부족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와 맞먹으며, 반도체 생산 공장의 전력 사용량의 2배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전력망 병목 현상이 에너지 낭비를 넘어 국가 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22일 한국자원경제학회와 함께 'AI시대에 맞는 국가전력망확충 세미나'를 개최하고 전력망 확충 지연의 실태와 대안을 논의했다. 세미나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부회장, 서철수 한국전력공사 전력계통부사장, 조홍종 단국대 교수(자원경제학회장)를 비롯한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요 송전선로 31개 사업 중 26개가 지자체 인허가 지연과 주민 반대 등으로 공사가 늦춰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500kV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선로는 당초 2019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2026년까지 82개월이나 지연됐다. 동해안 지역에선 최대 7GW, 서해안 지역은 3.2GW 규모의 발전이 전력망 부족으로 전송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철수 한전 부사장은 "주민 100% 동의를 얻은 지역도 일부 지자체가 인허가를 내주지 않아 사업이 멈춘 상황"이라며 "현장에서는 한전 직원들이 시청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하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조홍종 교수는 "전력망 문제는 단순한 인프라 이슈가 아닌 국가의 미래산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AI 시대에 걸맞는 전력망을 갖추지 못하면 첨단산업 투자유치와 생산 안정성 확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운호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은 "전력망 부족으로 인해 연간 6000~7000억 원대 손실을 입는 민간 발전사들도 있다"며 "발전소가 가동되지 못하면 투자 회수가 어렵고, 결국 신규 투자를 기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력망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망특별법 하위법령에 지자체 및 주민 협조에 대한 인센티브를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은 송전선 협조 토지주에게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를 벤치마킹해 우리도 협조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망 확충과 병행해 분산형 전원, 전력직접구매(PPA), 분산특구 등 전력망의 효율적 운영 방안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상의는 "전력망 확충은 산업 경쟁력의 밑바탕"이라며, "정부와 국회, 산업계, 지자체가 함께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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